중국 연변의 돈화에서 1남 3녀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가난도 힘들었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툼으로 집안은 늘 전쟁터였고 나는 어디에도 마음 붙이지 못했다. 화장품 가게에서 피부 관리 출장을 다니며 한국 돈 10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지만 노래방에 드나들고 자주 술을 마시다보니 월급은 며칠 가지 못했다. 이렇게 소망 없는 삶을 살고 있을 때, 한국으로 시집간 언니가 초청을 했다. 마음을 정하고 5년 비자를 내고 연변을 떠나 한국에 왔다.
취업을 위해 생활정보지 구인란을 찾다가 ‘교포환영’이란 단어를 발견하고 큰 기대로 일식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험도 없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하루하루는 전쟁이었다. 몸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었지만 ‘아으! 나는 중국사람 너무 싫어!’ 또는 ‘연변은 가난해서 먹을 것도 없다면서?’하는 말을 들을 때는 마음이 무너졌다. 나 하나라도 잘해서 조선족 이미지를 바꾸겠다며 참고 또 참았지만, 월급 등 한국인과 다른 대우에 자존심이 상했다. 중국에서는 조선족이라 무시당하고, 한국에서는 중국인이라고 이방인 취급을 당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나같이 쓸모없는 자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세상은 넓은데 왜 마음 붙일 곳이 없는지, 나는 도대체 누구인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술과 담배로 풀며 마음을 달랬다. 마음이 힘드니 몸도 자주 아프고 돈이고 뭐고 다 귀찮아졌다. 그러나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어 중국에서 배운 피부 관리 기술에 속눈썹 연장술도 배워 집 근처에 월세를 얻어 가게를 차렸다. 다행히 사업이 잘되어 돈은 꽤 벌었지만, 몸은 더 아프고 우울증과 불면증에 가위눌림까지 시달렸다.
그렇게 지쳐갈 때 큰언니가 지옥에 관한 책을 한 권 주었다. 중국에 있을 때 친구 영향으로 불교서적을 읽고 절에 따라 갔던 생각이 나서 전라북도에 있는 절을 찾아가 스님을 만났다. 스님이 왜 왔냐고 물어 스님의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왔다고 했더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고 했고, 몸이 아프다고 했더니 스트레칭 하는 방법만 알려주어 화가 나 그냥 돌아섰다. 약을 먹고 계속 경락 마사지까지 받았지만 통증을 견딜 수 없었다.
깊은 절망에 “하나님! 정말 살아 계시다면 제발 저를 이대로 죽게 해 주세요. 다음날이 없게 해 주세요.”하며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마음교회 다니는 고객이 왔다. 얼굴이 너무 편하고 좋은 분 같아 늘 가위에 눌리고 어깨가 아프다고 얘기했더니 자신도 그런 적이 있는데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은 후 말끔히 해결되었다고 했다. 그분의 말씀을 듣고 한마음교회에 따라갔다. 교회 성도들의 밝은 모습은 내가 본 세상 사람들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동안 차별만 받고 살아왔는데 진심으로 환영하며 친 가족처럼 대해 주니 마음이 활짝 열렸다.
처음엔 말씀을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귀가 열렸다. 그런데 반복되는 말씀에 슬슬 짜증이 났다. ‘부활? 누가 몰라? 그런데 왜 또 얘기하지?’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만일 네 입으로 예수를 주로 시인하고 또 하나님께서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것을 네 마음에 믿으면 구원을 얻는다.’는 로마서 10장 9절 말씀이 새롭게 들렸다. ‘아! 내가 아는 것을 믿는 것으로 착각했구나. 부활을 마음에 믿고, 예수님을 마음에 주인으로 믿어야 구원을 받는구나! 부활하신 예수님이 하나님이 맞구나!’ 내가 힘들었던 것은 가난도, 부모 탓도, 못 배워서도, 이방인이기 때문도 아니라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살아왔기 때문임이 한 순간에 알아지며 두려운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엎드려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중국에서 태어난 것도, 한국에 오게 된 것도 다 하나님의 계획이었고, 내가 가는 곳이 바로 하나님이 보내신 사명지였다. 나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대학교 캠퍼스에서 전도하던 중, 중국유학생들을 만났다. 전도지를 주면서 중국어로 “神 万人可信的 据?那就是耶 基督的 活.”(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믿을 만한 증거를 주셨고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입니다.) 하니 반가워하며 다들 집중했다. 언젠가 택시를 타고 “예수님 믿으세요?” 했더니 웃으며 “지난 번 예수님 전해주셨던 분이시네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준 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부활을 전하는데 무엇을 회개해야 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부활 소책자를 드리고 다시 말씀드리며 참 많이 울었다. 물론 왜 자기만 믿지 남을 귀찮게 하느냐며 버럭 화를 내시는 분도 있지만,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분명하니까 입을 다물 수 없다.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내게 교회에서 유년부 교사라는 직분까지 주셨다. 함께 찬양하고 율동하는 천사 같은 아이들을 보면 내 목숨까지 내어 주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모든 것을 품어주는 남편을 만나 귀한 가정을 이루어 아들, 딸의 축복을 주시고 얼마 전부터 친정어머니도 함께 살게 해 주셨다. 때로는 예수님을 놓쳐 힘들 때도 있지만 공동체와 함께 말씀을 잡고 믿음을 지키고 있는 삶은 너무 행복하다. 조선족이라는 열등감으로 힘들었던 나를 자유롭게 해 주시고 천국의 삶을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耶 是我的主(예수는 나의 주!)
조홍화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