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육성한 리더 어느새 사역 핵심으로… 청장년을 키우자”

입력 2022-05-30 03:04
최근 충남 천안 하늘중앙교회에서 만난 유영완 목사. 그의 옆에는 정부가 선교사 엘리스 샤프에게 추서한 국민훈장 동백장이 전시돼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충청연회 제10대 감독을 역임한 유 목사는 “교회와 성도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목회자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교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이런 영상에 눈길이 멈췄다. 한 성도는 20여년 전 교회의 모습이 어땠는지 설명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닭똥 냄새가 가득한 물류 창고 같은 곳이었어요.”

이 발언에 이어진 영상에선 성도들이 창고 같은 과거의 예배당을 청소하는 모습, 2006년 세워진 근사한 새 예배당을 보여주는 장면이 차례로 등장했다. 지난 20여년간 달라진 교회의 외형만큼이나 성장을 거듭한 이 교회는 바로 충청 지역의 대표적 대형교회인 하늘중앙교회다. 하늘중앙교회는 유영완(58)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1996년만 하더라도 출석 성도가 900명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그 인원이 약 6000명까지 증가했다.

최근 천안 하늘중앙교회에서 만난 유 목사가 자신의 목회 스토리를 설명하면서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청장년 사역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는 교회의 ‘허리’인 30~40대의 힘이 약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하늘중앙교회의 청장년 선교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유 목사는 하늘중앙교회에 부임한 직후부터 청장년 리더 육성에 몰두했다고 한다. 매일 새벽기도가 끝나면 30~40대 10명에게 직접 성경을 가르쳤다. 성경공부를 통해 길러진 ‘믿음의 리더’ 10명은 이듬해 각각 또래 남성들로만 구성된 속회를 조직했다. 10개 속회 가운데 4개는 몇 개월 뒤 사라져 버렸지만 나머지 6개 속회는 건재했다.

유 목사는 이번엔 청장년 리더가 될 만한 성도 12명을 선발해 성경공부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들 역시 이듬해 각각 자신의 속회를 이끌게 됐다. 이렇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청장년 리더 육성 프로젝트는 교회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하늘중앙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벌이는 사역은 한두 개가 아니다. ‘이동목욕센터’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 ‘하늘상담센터’…. 20여년 전 유 목사가 육성한 청장년 리더 상당수는 현재 이들 사역을 진두지휘하는 ‘장로 그룹’의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했다.

유 목사는 “처음 청장년을 키우겠다고 했을 땐 반발이 심했다. 특히 교회 사역의 주인공이던 장로나 여성의 저항이 컸다”면서 “하지만 5년쯤 지나니 모두가 나를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목회자를 꿈꾸며 78년 목원대 신학과에 진학했는데 대학 시절 그가 몰두한 것은 신학 공부가 아닌 민주화 운동이었다. 그는 군부 세력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주도하다가 연행돼 고문을 당했고 대전교도소에서 수감 생활도 했다. 그가 다시 목회자의 꿈을 좇기 시작한 것은 87년쯤부터였다. 운동권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과, 아들이 목사가 될 것을 원했던 어머니의 유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 목사는 88년 복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94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성경 속 야곱처럼 굴곡이 심한 삶을 살았습니다. 제가 이만큼 목회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 역사입니다. 너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탓에 내 자식은 순탄한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할 때가 많습니다.”

그의 경력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이주민 사역과 관련된 것들이다. 현재 그는 천안 외국인인력지원센터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이주민을 섬기는 다양한 단체를 이끌고 있다. 유 목사는 “과거 천안지청장으로 부임한 김인호 장로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이주민 선교에 나선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99년쯤이었는데 장로님이 저한테 묻더군요. 해외에 선교사 1명을 파송하면 비용이 얼마나 드냐고. 그래서 제가 설명을 했더니 장로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국내에서도 외국인 선교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외국인 노동자를 섬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말이죠. 그 얘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유 목사와의 인터뷰가 진행된 곳은 교회 1층에 있는 ‘앨리스 샤프 기념 카페’였다. 카페는 하늘중앙교회가 유관순 열사의 스승으로 유명한 캐나다 선교사 앨리스 샤프(1871~1972)의 뜻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이었다.

샤프 선교사는 한국 이름인 ‘사애리시(史愛理施)’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조선인들로부터 ‘사부인’으로 불렸던 샤프 선교사는 교육 선교에 매진해 ‘근대 교육의 어머니’로 통하곤 한다. 정부는 이런 업적을 기려 2020년 샤프 선교사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엘리스 샤프 기념 카페엔 이 훈장을 비롯해 고인의 다양한 유품이 전시돼 있었다.

유 목사는 “한국 선교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세상의 밑바닥에서 서민들과 동고동락한 이들은 거론되지 않을 때가 많다. 샤프 선교사도 그런 경우”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샤프 선교사가 충청 지역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힘쓴 활동을 하나씩 들려주었다.

유 목사의 목회 철학은 지역을 섬기고 소외된 이웃을 돌본 샤프 선교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목회 철학을 묻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복음으로 사람을 변화시키고, 사랑으로 지역사회를 섬기고, 성령으로 세계 선교에 나서자는 ‘삼중 사역’이 저의 목회 철학입니다.”

천안=글·사진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