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354~430)가 오늘날 미국 남부 ‘바이블 벨트’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고백록을 썼을지도 모른다. 이 시대 최고 복음주의 작가로 꼽히는 필립 얀시의 회고록. 얀시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친은 얀시가 한 살일 때 소아마비로 쓰러졌으나 “하나님이 나를 낫게 하실 것”이라며 병원 치료를 거부하다 숨졌다.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어머니는 형 마샬과 얀시를 엄격하게 훈육했다. 어머니는 어린 그가 형을 이유 없이 물었을 때 그의 팔을 똑같이 무는 방식으로 형제를 가르쳤다. 아플 땐 “주님, 이 아이들이 선교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지금 데려가 주세요. 이 아이들은 당신의 것입니다”라고 기도했다. 형은 어머니에게 순종했고 모범적으로 자랐지만 얀시는 그렇지 못했다.
형제는 나란히 성경대학에 진학했고 둘의 길은 엇갈린다. 형은 히피가 돼 무신론자가 됐다. 어머니는 형을 저주한다. 동생은 하나님을 부인하고 부인하다 기도 중 깨닫는다. ‘저기 누군가 있다. 그분은 나를 사랑하신다.’ 전형적인 회심기이지만 잔혹한 가족사가 담겨 있고 신앙인을 비트는 여러 고통이 느껴진다. 깊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필립 얀시를 만날 수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