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1758억원에 이르는 과징금 철퇴를 내리며 개시한 ‘닭고기 가격 담합과의 전쟁’이 디테일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한국육계협회 등은 담합이 아니라고 반발하며 그 근거로 농림축산식품부가 닭고기 물량 조절 대가로 지급하는 ‘자조금’을 꼽았다. 반면 공정위는 자조금은 담합 여부와 상관없다며 거리를 두고 있다. 양측 입장이 전혀 다르다 보니 담합 판정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업계는 농식품부 지시에 따라 닭고기 수급을 조절했으므로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농식품부 소속 닭고기 수급조절협의회에서 결정하는 물량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했다는 것이다. 업계는 특히 농식품부가 물량 조절 대가로 자조금을 보조한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생산량 조절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다만 자조금은 2017년 이후부터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보고 있다. 육계협회가 먼저 물량 조절을 합의한 뒤 농식품부에 협의회 소집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5일 “협의회 요청은 농식품부의 행정지도가 있었던 것처럼 외관을 갖추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농식품부가 협회의 담합을 사실상 인정했다고 보고 있다. 농식품부에 ‘자조금이 협회나 계열 사업자의 물량 담합을 허용하는 제도냐’고 묻자 자조금 제도를 설명하는 원론적 답변만 돌아왔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답변에는 선처를 부탁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육계·삼계 등에 이어 토종닭까지 담합으로 인정했다. 업계는 소송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서는 공정위가 유리하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6월 이번 담합 적발과 비슷한 사례인 원종계(종계의 부모닭) 담합 사건에서 업계 4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닭고기 업계의 담합 논란은 오리 업계로 번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8일 9개 오리 신선육 판매사업자의 담합을 소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