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특별하고 평범한 이야기

입력 2022-05-27 03:04

벽이 있습니다. 나와 너를 가르고 우리와 너희를 가르는 벽이 있습니다. 때로 이 벽은 보이지 않아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회 안에도 교회 안에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벽은 차이를 존중하지 않을 때 세워집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할 때, 차이를 억지로 교정하려고 할 때, ‘평범함’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사람을 재단할 때 세워집니다. 그리스도께서 허무신 벽(갈 3:28)을 사람이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박은영 작가는 장애 여성으로서 교회 안팎에 세워진 벽을 넘나들었던 자신의 삶을 ‘소란스러운 동거’(IVP)란 책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나(저자)와 너(독자)의 수다가 벽을 허무는 첫걸음이기 때문입니다. 수다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서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저자에게는 남들과 다른 면이 있습니다. 그녀는 21세기 한국에서 인문학을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가 만든 틀에 갇히지 않으려 몸부림쳤고, 장애인에게 ‘재활’이라는 말이 이상한 말일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릴 정도로 명민했지요. 통증과 불편을 유발하는 장애를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글을 잘 씁니다. 조미료를 과하게 뿌리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처량하거나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들을 웃고 울게 만듭니다. 특별한 이야기를 평범하게 만들 줄 알고, 평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 줄도 압니다. 그리하여 저는 특별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 빠져들어, 저자가 경험한 다른 삶이 저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다가오는 경험을 했습니다.

저자는 사실 누구와도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첫 출근에 설레기도 했고 직장에서는 다른 이들과 도움을 주고받기도 했지요. 함께 살던 룸메이트들과 왁자지껄 이야기도 나누고, 힘들다고 툴툴대며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고민합니다. 오늘의 저처럼요.

우리는 모두 특별함 평범함 부족함을 지닌 개성 넘치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그러니 나와 너가 다른 것은 당연하고, 마땅히 이 차이를 서로 존중해야 합니다.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공동체와 사회를 이루는데, 누구도 배척받아 마땅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저자는 우리 모두 다르기에 다른 사람의 삶과 경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듣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으면 오해하고 오해하면 벽이 세워집니다. 이 책이 건네는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평소 자주 듣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장애인이 소수라서가 아니라, 장애인이 ‘평범하게’ 비장애인의 일상에 들어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벽이 세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다를 떨며 이 벽을 허물 시간입니다. 그리스도처럼 벽을 허물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정은찬 박사(장로회신학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