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의 확장세가 주춤하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로 성장가도를 달렸으나, 엔데믹을 맞으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주식시장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 확보를 꾀하던 기업들은 증시 침체라는 걸림돌 앞에서 주저한다. 변화를 시도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이커머스 시장 성장률은 10%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년 동안 기록했던 연평균 20%대 성장률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꺾이는 셈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조짐을 보인다.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49조12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던 시점인 만큼 음식서비스(20.5%), 음·식료품(17.4%) 구매 등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분기에는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했다. 배달 수요가 크게 줄고 외식 수요가 늘면서 음·식료품의 온라인 구매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최근 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서 물가 부담에 따른 소비 위축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올해의 성장세 둔화를 두고 ‘정상화’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유통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속도가 붙었던 측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10%대 성장이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업계 판세를 보면 이마트가 지난해 지마켓글로벌(옛 이베이코리아)을 인수하면서 네이버·쿠팡·이마트 SSG닷컴의 3강 체제로 재편됐다. 1분기에 네이버, 쿠팡, SSG닷컴(지마켓글로벌 포함) 모두 매출 성장을 이뤘지만, 저마다 속내는 복잡하다.
네이버는 쇼핑 플랫폼으로서 입지는 업계 최강이다. 다만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은 뒤에도 배송에서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의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만 네이버만의 특색있는 서비스가 없다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쿠팡은 누적된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던 첫날 49달러에 마감했던 쿠팡 주가는 지난 20일(현지시간) 13달러까지 떨어졌다. 증시 침체라는 걸 감안해도 실적 개선의 압력이 강해지고 있다. 쿠팡 내부에서는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꾀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SSG닷컴은 아직 지마켓글로벌 인수에 따른 시너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통합 멤버십’을 만들어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시도 중이다. 통합 멤버십이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새롭게 유인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붙잡아 둘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SSG닷컴은 오프라인 강자인 이마트, 계열사인 스타벅스와의 협업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르면 7월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마켓컬리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할지도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증시 침체,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등으로 마켓컬리의 누적 적자도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3강 체제가 공고한 상황에서도 롯데온, 11번가, 티몬, 위메프 또한 나름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미래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상황”이라며 “마켓컬리 상장이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