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겜심’ 잡아라… 트리플A급 게임 개발 박차

입력 2022-05-27 10:00

게임사들의 개발 기조가 바뀌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모바일 위주였던 신작 라인업에서 PC·콘솔 플랫폼으로 옮겨가며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며 해외 게임사에 과감히 투자하고 글로벌 게임사와 경쟁할 트리플A급 게임 개발에 적잖은 공을 들이는 등 ‘글로벌 겜심’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게임사들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새삼 눈에 띄는 건 해외 매출의 비약적 증가세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올해 1분기 해외 및 로열티가 전체 매출의 36%인 2869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국내에 치중했던 매출원이 상당 부분 해외로 분산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가면 엔씨는 해외 및 로열티 매출 7336억원을 보여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매출 대비 32%의 비중으로, 전년(17%)과 비교해 15% 포인트 껑충 뛰었다.

넷마블과 넥슨은 지난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84%, 47%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3% 포인트, 4% 포인트 오른 수치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사 크래프톤은 지난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무려 95%에 달해 국내 주요 게임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검은사막’ 개발사 펄어비스 또한 해외 비중 80%를 기록했다.

특히 서구권 시장의 콘솔 점유율이 높은 탓에 신작 라인업의 화두도 플랫폼 확장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뉴주’는 올해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8.4% 성장한 7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콘솔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후 국내 콘솔 게임 이용율은 97.8% 폭증했다. 콘솔은 국내외 시장을 동시 공략할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인 셈이다.

게임사 넷마블은 일찍이 서구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였다. 2012년 현지화 사업을 위해 미국 LA에 넷마블 북미 법인을 설립하고, 이후 경쟁력 있는 현지 개발사를 적극 인수했다. 넷마블은 ‘마블’ ‘해리포터’ 등 유명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서양 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냈다. 올해는 장르와 플랫폼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1월 미디어 간담회 ‘NTP’에서 권영식 대표는 “신작 라인업 20종 중 대부분이 PC와 모바일에서 동시 구현 가능한 멀티플랫폼으로 개발될 것”이라고 밝혔다.

펄어비스는 일찌감치 콘솔·PC 게임 중심으로 개발력을 집중해왔다. 모바일이 주류였던 2010년 ‘검은사막’을 출시해 서구권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현재는 트리플A급으로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8’ 등을 개발 중이다. 국내 게임사 중에선 유일하게 자체 개발 엔진을 보유한 이들은 모션 캡쳐, 3D 스캔 등을 갖춘 아트센터를 통해 게임의 완성도를 끌어 올리고 있다.

IP 부자로 유명한 넥슨은 익숙한 게임을 높은 퀄리티의 콘솔 게임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으로 서양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DNF Duel’ 등이 대표적이다. 새 IP인 ‘프로젝트 매그넘’도 PC·콘솔로 개발 중이다. 레이싱, 대전격투, 루트 슈터 등 장르의 다각화도 눈에 띈다.

개발 허들이 높기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TL’ ‘프로젝트E’ ‘프로젝트R’ 등 신규 IP 5종을 개발하고 있다. 이례적인 오픈형 연구개발(R&D) 기조로 ‘대작’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인터랙티브 무비, 액션 배틀 로열, 수집형 RPG 등 다양한 장르로도 기대를 사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부터 인도를 비롯한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과감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인도, 아랍 등 신흥시장의 디지털 생태계에 1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한 게 대표적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초 ‘로스트아크’를 서구권에 출시해 미증유의 흥행 성과를 내며 단연 돋보였다. 지난 2월 출시 후 동시 접속자수 132만을 기록했다. 현재도 50만 안팎의 동시 접속자 수를 유지 중이다. 또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법인을 세우고, 북미 댓츠노문, 포스트카드 게임 스튜디오 등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개발진이 모인 개발사에 투자해 주목받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