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자후] e스포츠 커리어 패스

입력 2022-05-26 20:48

프로게이머, 개인방송, BJ, 크리에이터. 이제는 생소하지 않은 단어들이다.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이 단어들은 e스포츠를 구성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e스포츠 산업은 놀이 문화에서 산업으로의 전환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전통 스포츠에 비해 커리어의 연속성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프로게이머가 된 후 찬란한 시간을 누리다가도 은퇴한 후에 어떤 진로가 있는지. e스포츠를 너무 사랑하고 계속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지만 막막한 사람들이 많다.

e스포츠의 역사가 20여년이 지나고 기술과 플랫폼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이런 커리어의 연속성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프로게이머가 아니더라도 게임을 잘 하는 것이 하나의 재능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중들에게 게임은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게임에 재능이 있는 예비 게이머들은 개인방송을 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프로게임단의 스카우터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프로게이머가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데뷔까지의 스토리다. 대부분의 신인 선수들에게는 그런 스토리가 있을 수 없다. 학원 스포츠가 아직 정립되지 않는 e스포츠에서는 신인 선수들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그리고 그의 성격이나 케릭터가 어떤지 팬들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개인방송을 통하면 여러 선수들이 프로 데뷔를 하기 전부터 자신을 어필하고 자신의 플레이를 대중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은퇴한 게이머들은 자신의 네임벨류를 바탕으로 직접 대회를 만들고 ‘올드 보이(OB)’로 구성한 팀으로 현역 때 못지 않은 승부욕을 불태우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대회는 또 다시 재능 있는 후배 프로게이머를 양성한다. 선순환이 비로소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팬들에게도 좋은 현상이다. 기존에 자신이 좋아했던 프로게이머가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승부의 세계에서 활동하는 것을 볼 수 있고, 더 가까이서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다. 더욱 더 많은 e스포츠 게임 콘텐츠가 생겨 즐길 거리가 훨씬 많아진다.

e스포츠는 거대한 자본과 좋은 시설을 가진 방송국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주최, 진행, 참가하는 e스포츠가 가능해진 오늘날 프로게이머와 관련 종사자들의 커리어 패스(career path)가 만들어졌다. e스포츠의 수명을 늘리고, 취미에서 산업으로 가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채정원 아프리카TV e스포츠&게임콘텐츠사업 부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