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전염 드문데… 원숭이두창 급속 확산 ‘쇼크’

입력 2022-05-24 00:05

상대적으로 전염성이 높지 않은 질병으로 분류돼온 원숭이두창(Monkeypox)이 이달 중순부터 유럽과 북미,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병돼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23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원숭이두창이 풍토병화된 것으로 분류된 아프리카대륙 외에 회원국 12개 국가에서 감염 92건, 의심 28건 사례가 보고됐다. 이날까지 각국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현재 원숭이두창이 퍼진 나라는 최소 15개로 불었다. 사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각국은 경계의 벽을 높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원숭이두창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보건 참모들로부터 노출 수준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모두가 우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원숭이두창 발병에 대해 공개 언급한 건 처음이다.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이날 원숭이두창 감염자와 직접 접촉했거나 동거할 경우 3주 동안 자가격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벨기에도 격리 지침을 내렸다.

원숭이두창의 증상은 유사 질병인 천연두(사람 두창)에 비해서는 약하고 중증화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발열과 두통, 근육통과 함께 얼굴을 중심으로 고름물집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 다만 아프리카 등 의료 수준이 열악한 지역에선 치사율이 최대 10%에 이른다. WHO는 “현재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남성 간 성관계를 가진 이들 사이에서 주로 감염사례가 확인됐다”고 했다.

대량 감염이 아닌데도 각국이 긴장하는 이유는 있다. 감염이 확인되는 양상이 종전에 파악되던 것과 달라서다. 원숭이두창은 1958년 실험체 원숭이에게서 발견됐고 1970년 콩고에서 처음 사람에게 옮은 사례가 보고됐다. 이후에도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나온 적이 없다. 최근 감염이 본격 확산된 연결고리가 발견되지 않아 이미 세계 각 지역에 부분적으로 퍼져있었던 게 아니냐는 가설도 제기된다.

공기 중으로도 옮아 전파력이 강한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감염자의 병변이나 침 땀 혈액 등 체액을 통해 주로 전파된다. 사람끼리 옮는 사례는 비교적 드물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장기간 대면접촉으로 호흡기에서 나오는 침 등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세계 의료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와 같은 급성전염병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국 육군 전염병의학연구소의 제이 후퍼 연구원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은 쉽게 사람 간에 전염되지 않는다. 천연두 바이러스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미 치료법과 백신이 있다”며 “바이러스의 (전파) 양상이 다르긴 하지만 당황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내 방역 당국도 원숭이두창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를 해왔다. 질병관리청은 생물테러 등 비상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2016년 자체적으로 원숭이두창 유전자증폭(PCR) 검사법과 시약 개발·평가를 모두 완료했다. 원숭이두창에 약 85%의 예방 효과를 보인다는 천연두 백신 3502만명 분도 비축둔 상태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관련 입국 방역조치가 완화돼 해외여행이 늘어난 데다 원숭이두창의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매우 긴 편이라 국내에 이미 유입됐거나 향후 유입될 가능성은 열려있다.

WHO의 유럽 담당자인 한스 클루지 박사는 BBC방송에 “여름 시즌에 들어서면서 대규모 모임과 축제, 파티로 전염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미 위트워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대 교수도 “아직 대중이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상황이 통제되고 있지도 않다”고 평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