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發 원전·반도체주 ‘잠시 숨통’

입력 2022-05-24 04:08
뉴시스

침체된 국내 증시에 미약하게나마 한·미 정상회담발 훈풍이 불고 있다. 23일 증시는 한·미 간 핵심 의제로 다뤄진 기술 협력 분야의 원전·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소폭 반등했다. 양국 정상 공동성명에 외환시장 협력 방안이 포함돼 원·달러 환율 안정에 따른 증시 반등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병목 등 위험 요인이 상존해 언제 발작을 일으킬 지 모른다는 비관론도 만만치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0.31% 오른 2647.38로 마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20~22일) 전인 19일과 비교하면 2.12% 상승했다. 특히 지난 20일엔 전날 미 증시가 하락 마감했음에도 1.81%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이었지만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셈이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정상회담 이전보다 2.29% 올랐다.

원전·반도체 등 정상회담 의제와 엮인 기업들이 증시 반등을 이끌고 있다. 대표적인 원전 관련주인 비에이치아이는 19일 기준가 대비 무려 13.09% 뛰었다. 우리기술(10.51%) 서전기전(9.91%) 보성파워텍(9.33%)도 10%가량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한신기계는 이날 7%가량 내려 지난 20일의 상승분을 상당 부분 반납했지만 정상회담 전후를 비교하면 여전히 9.95% 오른 수준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 21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원자력 협력을 확대하고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전(SMR)의 개발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2차 전지·반도체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최근 부진했던 LG에너지솔루션(6.83%)을 비롯해 포스코케미칼(7.66%), 에코프로비엠(4.31%) 등이 정상회담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환율이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증시 반등에 대한 낙관론도 흘러나온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는 없었지만 이례적으로 ‘외환 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로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환율은 지난 20일 종가보다 4.0원 내린 달러당 1264.1원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도 지난 13일부터 3862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매수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이달 들어 대형주 중심으로 지분율을 늘려왔다”며 “투자심리 안정 시 대형주의 상대적 반등 강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속속 하반기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상존하는 만큼 추세적 반등을 단정하기 어렵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주가에는 하반기 경기와 실적둔화에 대한 우려도 반영돼 있다. ‘바이든 효과’가 펀더멘털 개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