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안보와 기술동맹 시대 선언한 한·미 정상 공동성명

입력 2022-05-23 04:0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박3일 방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첫날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방문이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방한 첫 일정을 산업 시설로 잡은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 “공동 안보, 집단 이익 수호에 핵심적인 경제·에너지 안보 협력 심화가 중요하다”며 “핵심·신흥 기술 관련 파트너십을 증진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과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양국 관계가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에서 기술동맹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한·미가 경제안보·기술동맹을 선포한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가 터지면서 소위 세계화는 무너지고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들끼리 경제 협력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산업의 쌀’인 반도체는 코로나19 이후 전략적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의 기술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피로 맺은 동맹이자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은 미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 초격차 전략을 위해 세계 최고의 원천 기술과 생산 장비를 갖춘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정상회담에서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의 개발과 수출에 협력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기술 역량 면에서 한·미는 원자력 강국이지만 내부 사정 등으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국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원전 생태계가 많이 훼손됐다. 미국도 뛰어난 원천기술에도 불구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외면했다. 그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세계 원전 시장을 장악했다. 탄소제로 시대에 대비하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라도 양국의 원전 협력은 불가피했다.

다만 정부는 정상회담 결과가 ‘중국 포위’ 위주로 해석되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동참하기로 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중국은 대중 견제망으로 보고 민감해하고 있다. 반도체 동맹 역시 우리의 국익을 위한 조치임을 중국에 적극 설명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우리 반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만큼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기존의 외교 틀을 ‘미국과의 동맹 강화, 중국과 공동이익 추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