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발목잡기’ 비칠까 한발 후퇴… 이재명 ‘가결론’ 영향도

입력 2022-05-21 04:03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건물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진통 끝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찬성키로 결정한 것은 6·1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대할 경우 ‘새 정부 발목잡기’로 비쳐져 선거에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는 ‘인준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가 인준 ‘찬성’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며 분위기가 변했다. 결국 민주당은 인준 표결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인준안 가결 당론’을 채택했다. 가결론을 이끌어온 이 후보의 당내 영향력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부결을 주장해온 원내 지도부는 당내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민주당은 20일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3시간 넘는 격론 끝에 ‘인준안 찬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원내 지도부는 의총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자 내부 투표를 진행했고, 투표 결과 찬성표가 다소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의 반발에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협치 의지가 없다고 보고 민주당도 강 대 강 대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친명(친이재명)계를 비롯해 가결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지방선거에 대한 우려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새 정부에게 일단 기회를 주고 나중에 강하게 책임을 묻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국회 본회의의 인준 표결에 불참해 임명동의안 처리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총 뒤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명동의안에 찬성하기로 한 것은 한 후보자가 그에 걸맞은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이어 “총리 자리를 오랜 기간 비워둘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야당이 막무가내로 새 정부를 발목잡기 하거나 방해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 앞에 놓인 지방선거 판세는 녹록지 않다.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은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51%,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34%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이 과반을 기록한 것이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이 43%, 민주당이 29%를 기록하며 민주당이 열세를 보였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원내 지도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한 후보자 인준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전 선대위 회의에서부터 “대화와 타협을 거부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을 묵과할 수 없으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정부와 국민의힘은 마지막까지 인준 가결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동료 의원들에게 인준 협조를 구하는 친전을 보내 막판 설득에 나섰다. 한덕수 후보자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인준 시) 구두 뒤축이 닳도록 뛰어다니면서 설득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려고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