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韓 인준,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

입력 2022-05-20 04:05
1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을 하루 앞둔 19일 “(야당이)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준의 키를 쥐고 있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한 후보자 인준에 찬성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임명도 지명 철회도 하지 않은 것이다. 민주당의 총리 인준 협조 여부에 따라 정 후보자의 거취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한 후보자 인준 표결과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자 “특별한 것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KTX를 타고 광주로 내려가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조찬을 함께할 때 “인준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는 민주당과 더 소통이 잘 되는 사람”이라며 “부결시키면 오히려 야당이 손해일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을 이날도 보류한 것은 정 후보자 임명을 강하게 반대하는 민주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후보자 인준에 협조해 달라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지명 철회도 하지 않은 것은 인사를 놓고 거래를 한다는 비판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한 후보자 인준이 부결될 경우 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길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한 후보자 인준을 위해 ‘압박’과 ‘읍소’를 병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압박을, 정무수석실 등은 야당 설득에 나선 양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꼭 좀 도와주십사 설득하고 호소하는 일”이라며 “인준 부결은 정부·여당과 야당 모두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 발목 잡기’ 프레임을 강화하며 민주당을 향해 한 후보자 인준을 거듭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한 후보자는 윤 대통령이 야당에 건넨 협치 카드”라며 “뚜렷한 근거 없이 발목 잡기를 고집하면 (민주당은) 민심의 거센 역풍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 인준이 부결되면 대통령실에서도 정 후보자 임명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동성 강보현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