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울산·라임… ‘윤석열 사단’의 칼, 전 정권 겨눈다

입력 2022-05-20 00:02
검찰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서울 성동구 한양대 연구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백 전 장관의 한양대 연구실과 자택을 비롯해 한국석유관리원 등 산업부 산하기관 6곳을 압수수색했다. 연합뉴스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이 수사 요직에 복귀하면서 문재인정부 인사들과 관련된 각종 수사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국정농단 수사’ ‘조국 수사’ 등에서 손발을 맞췄던 검사들이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검찰청 지휘라인에 대거 배치된 것 자체가 전 정권을 겨냥한 사정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법조계에선 굵직한 기업·권력 비리 수사가 몰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가 임명된 것을 ‘특별수사 재가동’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송 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검찰 재직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과 3차장검사를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조국 전 장관 수사 등을 진두지휘했다. 기업·부패 수사를 지휘하는 중앙지검 4차장검사엔 조국 수사 등에서 송 지검장과 호흡을 맞췄던 고형곤 포항지청장이 선임됐다.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신할 대검찰청 차장검사로는 검찰 내 대표 특수통인 이원석 제주지검장이 부임했다. 한 장관을 필두로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 지휘부에 일제히 전 정권 수사 강력자들이 포진한 것이다.

현재 중앙지검에는 지난 정부 인사들과 연결된 주요 수사들이 쌓여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윗선’ 의혹과 ‘50억 클럽’ 수사를 비롯해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위증 의혹, 여성가족부 대선 공약 개발 의혹 등이 줄줄이 진행 중이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여당이 조 전 장관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야권 인사에 대한 불기소 결정에 항고한 상태다.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결정하면 서울중앙지검이 다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수사권 박탈의 부당함을 호소했던 김후곤 대구지검장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이성윤 고검장을 대신해 서울고검장으로 부임한다.


수도권 검찰청의 주요 사건에도 이목이 쏠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관련된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집’ 의혹에 대한 보완 수사 등을 지휘할 수원지검장에는 홍승욱 서울고검 검사가 발탁됐다. 홍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서울중앙지검장 시절 함께 근무하며 신임을 쌓았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평가다. 그는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로 ‘유재수 감찰무마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좌천됐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전 정권 연루 의혹이 불거진 경제 사건들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장엔 윤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에서 호흡을 맞춘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이 포진한다. 대선 이후 속도가 빨라진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진행하는 심우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유임된 것도 눈에 띈다. 한 검찰 관계자는 19일 “이전 정부에서 수사가 좌초됐거나 지지부진했던 검찰청에 대한 족집게식 인사”라고 평가했다. 대전지검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도 재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는 시점은 신임 검찰총장 인선과 맞물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총장 임명과 더불어 이르면 다음 달 단행될 정기 인사까지 마무리되면 수사가 더 가속될 수 있다. 재경지검 한 부장검사는 “대선과 검수완박 국면을 거치는 과정에서 멈춰 선 수사들이 빠르게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