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 표결을 실시한다. 윤석열정부 초반 정국의 향배를 좌우할 중대 분기점이다.
임명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와 윤석열정부 첫 내각 인선 등을 두고 경색됐던 정국이 ‘여야 협치 모드’로 전환될 전망이다.
반대로, 부결된다면 당분간 여야의 ‘강대강’ 극한 대치가 불가피하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한 후보자 지명 철회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여야 충돌이 장기화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한두 번 정권을 잡아 본 신생 정당이 아니다”라며 “새 정부의 첫 총리 임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첫 총리 인준은 향후 5년간 여야 관계를 설정하는 첫 단추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같은 점을 고려해 한 후보자 임명에 동의할 경우 여야 협치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한발 물러선 만큼 윤 대통령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엄호할 명분이 사라진다. 정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지명 철회가 이뤄질 경우 윤석열정부와 민주당 모두 하나씩 양보하는 모양새가 된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정 후보자 임명 리스크를 피할 수 있고, 민주당은 ‘정부 발목잡기’ 프레임을 피해갈 수 있다”며 “여야가 ‘한덕수·정호영’ 카드를 맞바꾸는 것이 각자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킬 경우 윤석열정부 초반부터 여야 대치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윤 대통령 측은 한 후보자 임명이 부결된다면 아예 총리 자리를 비워둔 채로 국정 운영에 나설 태세다. 만약의 경우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이라는 초강수까지 던질 경우 여야 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과 ‘윤석열 라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검사들의 핵심 보직 배치 등이 이어지면서 민주당의 불만은 폭발 직전에 있다.
그러나 한 후보자 인준 부결은 여야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정부 입장에서는 국정 운영을 위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민주당이 각종 법안 통과를 막을 경우 윤석열정부는 손발이 묶인 상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의 발목만 잡고 있다는 비판이 부담스럽다. 여야 모두 리스크를 안은 채 ‘한덕수 표결’에 임하는 것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첫 총리 후보자 임명에 동의해 주고, 국민의힘은 그런 민주당의 협치 의지를 높게 평가해 주는 정치적 협상의 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정현수 손재호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