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물가 석달째 6%씩 오르는데… 김영란법 밥값은 ‘3만원’

입력 2022-05-20 04:06
연합뉴스

외식물가가 오르면서 인당 최대 3만원인 청탁금지법(김영란법) 밥값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외식업계는 원자재인 각종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한 현실과 기준 가격이 동떨어져 있다며 가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물가상승률과 무관하게 특정 가격을 법에 명시해 놓은 점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식물가는 무섭게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6%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6%대를 기록했다. 지난달의 경우 전체 물가상승률(4.6%)보다 2.0% 포인트나 높았다. 같은 달 기준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1.9%)이 전체 물가상승률보다 낮았던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마트에서 사는 식자재 가격보다 외식 비용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컸던 셈이다.


외식물가 상승은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진 것이 주원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8.5를 기록했다. 2014~2016년 평균가격을 100으로 보고 산출하는 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5년 새 1.6배 정도 가격이 올랐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세계 8위 밀 수출국인 인도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밀 수출 중단 조치를 단행했다. 가격뿐 아니라 식재료 수급불안도 우려된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팜유 수출 중단 조치를 내렸다. 그 여파로 국내 식용유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식 기준에도 높아진 물가가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외식산업협회 등 외식업계에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 김영란법 가액 조정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영란법 제정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으니 밥값 가액 기준을 3만원에서 더 올려 달라는 취지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7년만 해도 그릇당 4000원대였던 자장면 가격은 올 들어 지역에 따라 많게는 6200원대까지 치솟았다. 커피를 제외한 대부분 외식 품목이 최근 모두 급등세다.

그러나 인수위 측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액 기준 조정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에서도 선물이나 경조사비 가액 기준을 조정한 적은 있어도 밥값 기준인 3만원을 건드린 적은 없다. 외식 진흥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 역시 가액 조정에는 미온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9일 “원자재 수급 및 가격 안정 지원이 우선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