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잦은 폭력으로 가족들은 늘 불안과 공포 속에 살았고, 그 영향으로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지 못하고 늘 혼자 우울하게 지냈다. 결혼을 했지만 우울함은 더 심해졌다. 어느 날 우울증으로 자살한 사람의 뉴스를 보고 ‘나도 혹시 우울증인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늘 고생하던 갑상선기능저하증과 부정맥은 임신하면서 더 심해져 항상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았다. 수시로 링거를 맞고 버텼지만, 정작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무하고 우울한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이 돈다발을 보여 주며 “이래도 안 좋아?”라고 해도 ‘응! 그래도 안 좋아!’ 했다. 돈도 내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고 의미도 없었다.
갓 태어난 아이를 돌볼 기력도, 마음도 없는데다 식칼로 누군가를 죽이고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등이 끊임없이 떠올라 미칠 것 같았다.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119에 실려 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장기간 입원을 했고 남편은 병원에서 출퇴근을 했다. 정밀검진과 희귀병 검사를 받아도 이상이 없어 결국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받았다. 의사는 당신이 믿는 하나님께 염려를 맡기라고 조언했지만, 그 어떤 것으로도 해결되지 않고 염려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음식에 넣은 첨가물이 독약 같다는 생각에 마음대로 먹지도 못하고, 엘리베이터 줄이 끊어질 수 있다는 염려에 1층 집에서만 살았다. 길을 걸어도 땅속에 묻어놓은 가스통이 폭발할 것 같았고, 친정인 강릉으로 갈 때도 꼭 비행기를 탔다. 버스는 3시간 염려해야 하고, 비행기는 40분만 견디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죽음의 공포와 지옥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지옥을 피할까? 천국이 정말 있다면 난 무엇을 해야 하나?’ 밤 10시면 링거를 꽂은 채로 외출 허락을 받아 매일 기도회에 참석했지만 아무런 답도 찾지 못하고 괴로움만 커졌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큰 언니를 만났다. 예수님은 4대 성인 중 한 사람인 역사적 실존인물이라는 언니의 말에 너무 놀랐다. ‘뭐? 실존인물이라고? 어? 그럼 나 이제 살 수 있겠네!’ 그동안 증거가 없어 믿지 못했는데 ‘실존’이란 단어에 모든 문제가 한 순간에 해결되며 그동안의 의심에 종지부를 찍었다. 어느 날 전도사님께서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증거들을 말씀해 주시는데, 그대로 믿어졌다. 부활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확증하고, 성경의 모든 말씀을 믿게 하는 확실한 증거였다. 순간 너무나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나도 함께 죽었고, 부활하심으로 나는 새 창조물로 거듭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랜 마음의 병까지 한 순간에 나았다.
시선이 하늘나라로 향하며 나를 비하하고 열등감에 눌렸던 삶도 종료되고 우울과 염려에서 해방되었다. 아무거나 잘 먹고, 8층으로 이사하여 베란다에 서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멋진 자연을 마음껏 누렸고 운전면허를 따서 일산, 파주, 김포로 복음의 사역지를 넓혀갔다. 마음과 육체가 회복되니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을 돌아보게 되고 집안 살림을 척척 해나가는 주부 9단이 되었다. 정말 상상할 수 없는 회복에 모두들 놀라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어느 날, 우울증이 심한 어르신을 만나 내가 경험했던 우울증을 얘기하며 위로하고 복음을 전했다.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연 후 건강을 회복하여 함께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유명한 암센터에 입원한 성도의 아버님께 “아버님! 빨리 건강해져서 천명을 전도 하셔야죠?” 하며 말동무를 해 드리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했다. 그랬더니 갈 때마다 환하게 웃으시며 매일 예수님 만나는 꿈을 꾸고 있다고 좋아하시다 편안히 천국에 가셨다.
단칸방에서 시작했지만 하나님께서 넓은 집을 허락하셨다. 커피머신도 들여놓은 집안은 많은 지체들로 북적거리고 웃음소리와 찬양과 기도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남편의 돈다발도 싫었었지만, 지금은 그 돈다발로 지체들을 섬기며 매주 작은교회 예배장소로 오픈하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영혼들을 양육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친정어머니의 폐암이 깊어져 강릉을 오갔다. 어머니는 잦은 항암주사 부작용으로 폐 기능이 떨어져 자가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부활하신 예수님이 주인이라고 힘차게 외치며 끝까지 예수님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정을 팽개치고 외도와 폭력을 일삼던 원수같은 아버지를 예수님 사랑으로 품으며 걸을 수만 있다면 직접 만나 사랑한다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어 천국에서 만나자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하셨다. 어머니를 통해 나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다. 죽음의 끝자락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는 그 모습에 내 신앙을 돌아보게 되었다.
부활을 역사적 사실로만 인정하고 진정한 굴복이 없었던 믿음의 현주소를 선명히 비춰주시니, 굴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조주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라는 사실에 새롭게 눈이 떠지며 날마다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한다.
윤미영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