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T 위즈의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던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사진)가 전격 교체됐다. 올해 KBO리그 1호 퇴출을 신호탄으로 각 팀마다 부진한 외인 교체 타이밍과 대체 선수 영입을 두고 물밑 움직임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KT는 18일 “쿠에바스의 대체 선수로 웨스 벤자민을 연봉 33만1000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꾸준히 활약했고 우승에 일조한 선수이기에 회복을 기다렸지만 공백이 길어지며 불확실성이 커졌고 전력 강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KBO 4년차를 맞은 쿠에바스는 지난해 정규시즌 마지막 타이브레이크 경기에서 삼성을 상대로 역투를 펼쳐 KT의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끈 주역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7.2이닝 1실점 역투로 1선발 역할을 다했다. 올해도 개막전 선발로 승리를 거두며 에이스 역할이 기대됐지만 2경기 만에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한 뒤 돌아오지 못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투타 에이스 쿠에바스와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져 하위권으로 처진 KT로선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선수로 다음 달 초 팀에 합류할 예정인 좌완 투수 벤자민은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명(5라운드)을 받아 2020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통산 두 시즌 21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6.80에 불과하지만 한국 팬들에게는 지난해 텍사스에서 양현종과 선발 경쟁을 펼친 ‘양현종 친구’로 친숙하다. KT 선발 구성에서 부족한 좌완 에이스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된다.
KT 못지않게 외인 교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팀이 적지 않다. 외인 3명이 무리 없이 활약하는 팀은 삼성과 NC 정도에 불과하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동반 이탈한 한화의 고민이 가장 깊다. 나란히 3경기 등판 후 2군으로 향한 라이언 카펜터와 닉 킹험 중 카펜터는 17일 불펜 피칭을 소화했고 이번주 복귀가 유력하다. 반면 킹험은 20일부터 캐치볼을 시작해 빨라야 다음 달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수베로 감독은 “재활 상황을 지켜보고 (교체 여부를) 생각해보겠다”고 언급했다.
기복이 심한 롯데 글렌 스파크맨도 입지가 위태롭다. 17일 KIA전에서 6이닝 4피안타 4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지만 앞서 부진했던 걸 생각하면 반등을 확신할 수준은 아니다. 1할대 빈타로 2군에 내려가 돌아올 기미가 없는 LG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도 위기의 남자다.
보장 금액을 꽉 채워 영입한 빅네임이나 실적이 받쳐주는 고연봉 경력직들은 저조한 활약에도 내치기 어려운 계륵과 같다. 빅리그 통산 90승 투수 이반 노바는 SSG 선발진의 최대 불안요소다. 17일 두산 경기에서 타선이 2이닝 만에 벌어준 8득점을 지키지 못하고 6회 강판됐다. 타율 2할 남짓의 키움 야시엘 푸이그(100만 달러), 지난해 골든글러브 투수 두산 아리엘 미란다(190만 달러)도 프런트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