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韓 임명에 “협치 포기 선언”… 한덕수 인준 시계제로

입력 2022-05-18 04:02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더불어민주당은 “한 장관 임명은 협치 포기 선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 필요성을 강조한 지 하루 만에 한 장관 임명안을 재가하면서 야당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여야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 날짜에는 합의했지만, 통과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사실상 윤 대통령에게 남은 지명 철회 카드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뿐이어서 여야 간 협상의 여지도 좁아진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거부한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겠지만, 한 장관 임명 강행으로 한덕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은 이날 한 장관 임명에 날카롭게 반응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를 내팽개친 것”이라며 “야당이 뭐라고 하든, 국민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든 ‘주머니 속 장기 말’처럼 쓰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될 한덕수 후보자 인준안 표결 전망도 부결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 임명이 한덕수 후보자 인준에도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본다. 지도부 논의에서 그렇게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변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전날 시정연설에서 협치를 얘기하고 한 장관을 임명한 건 협치 의지가 전혀 없다는 메시지”라며 “한덕수 인준을 기대하는 건 말도 안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만 6·1 지방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어서 민주당은 ‘새 정부 발목 잡기’ 프레임을 경계하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발목 잡기 프레임에 부담을 갖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며 “지금으로선 한 후보자 인준 부결 혹은 통과 의견 비중이 6(부결)대 4(통과) 정도”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장관을 임명한 이날 법무부 청사 앞에 한 장관 지지자들이 보낸 꽃바구니들이 가득하다. 연합뉴스

한 장관 임명에 따라 여야의 지방선거 셈법도 달라지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인사 독주 프레임’으로 엮어 진보 지지층 결집을 모색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한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발생한 정치적 부담을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고스란히 지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윤 대통령의 일방 독주를 견제할 힘을 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겨 정무적으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도 인사청문회에서 한 장관의 결격 사유가 드러난 게 없는 만큼 여론전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대통령이 한 장관을 전격 임명한 것은 더 이상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갈 길 바쁜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도 “진보 지지층이 결집하는 만큼 보수층도 결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 장관 임명이 총리 인준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에 관해선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고 정 후보자 임명이 완료되지 않아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강보현 안규영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