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17일 검찰 재직 시절 제기된 성비위 논란 등에 대해 “국민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꼈다면 당연히 제가 사과를 드리는 게 맞는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윤 비서관이 자신에 관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이 도리어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이에 일부 여당 의원들까지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윤 비서관은 “자숙하며 더 열심히 하겠다”며 사퇴를 거부했다.
윤 비서관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가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국민께서 염려하고 우려하시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느끼고 있다”며 사과했다. 대통령실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운영위 전체회의는 ‘윤재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할 만큼 윤 비서관의 성비위 의혹에 질의가 집중됐다. 윤 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절 부적절한 신체 접촉과 언행으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2002년 출간한 시집의 ‘전동차에서’라는 시에서 부적절한 성적 표현을 쓴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회의 초반부터 윤 비서관의 성비위 의혹을 집중 공격했다. 고민정 의원은 윤 비서관이 2012년 7월 대검 사무관 재직 시절에 한 언행을 문제 삼았다. 고 의원은 “2차 회식 자리에서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고 하고 여름철 스타킹을 신지 않은 여직원에게 ‘속옷은 입고 다니는 거냐’고 한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고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따져 물었다. 당시 윤 비서관은 이 발언 때문에 ‘경고’ 처분을 받았었다.
윤 비서관은 “또 다른 불씨가 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면서도 2003년 경고 처분을 받았던 성비위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그는 “당시 격려금을 받은 날이 생일날이어서 직원들에게 소위 생일빵이란 것을 처음 당했다”며 “하얀 와이셔츠에 까만 초콜릿 케이크로 뒤범벅이 됐는데 (직원들이) ‘생일인데 뭐 해줄까’ 이래서 화가 나 ‘뽀뽀해 달라’고 했던 건 맞고, 그래서 (직원이) 볼에 (뽀뽀를) 하고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당시 조사받았던 것도 아니고, 조사된 것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당시 행위가 성비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윤 비서관은 “일일이 대꾸를 하면 진흙탕 싸움이 되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아무 말씀 안드리고 잠자코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윤 비서관의 발언을 두고 “비서실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김대기 실장은 “적당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비서관을 일단 엄호하고 나섰다. 박형수 의원은 “(윤 비서관이) 대검에서 했던 업무와 대통령실에서 총무비서관으로 하는 업무가 일맥상통하고 전문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당 내에서도 윤 비서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금희 의원은 “오래된 일이고 경미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당시에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했다”며 “중책을 수행하게 된 만큼 한 치의 숨김도 없이 솔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충분히 사과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은희 의원은 “훌륭한 참모라면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윤 비서관은 “인사권에 대해서는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