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사 사망 1년… 가해자 ‘보복협박’ 혐의 무죄 판결

입력 2022-05-18 04:06
지난해 10월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추모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묵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1년이 지나는 동안 가해자들에 대한 군사법원의 판단도 하나둘 내려지고 있다. 일부 유죄가 인정됐지만 보복협박 혐의 등은 무죄가 선고돼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주범 장모 중사 판결문을 보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해 12월 장 중사의 군인등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하면서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보복협박 부분은 항소심에서 다퉈볼 만한 내용이라는 판단 아래 2심 재판부에 수차례 의견서를 제출했다.

장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이 중사를 차량 안에서 20여분간 성추행했다. 이 중사가 부대 도착 직후 선임 부사관에게 이를 신고하자 2㎞가량 떨어진 여군 숙소까지 쫓아와 “없었던 일로 해 달라” “신고해봐” 등의 발언을 했다. 1심은 “이 발언들 자체만으로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을 가하겠다는 것인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피고인이 사과하면서 피해자를 계속 뒤따라가는 행위만으로는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는 공포감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어떤 발언을 했든 피해자가 당시 처한 상황, 수직적인 군 조직 특수성, 사건 후 피해자 반응 등을 봤을 때 (협박죄 구성 요건인) 해악의 고지라고 느낄 여지가 충분하다. 이 내용을 의견서에 넣어 재판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사건은 처음 맡았던 국선변호인 이모 중위도 형식적이고 무책임한 업무수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군 검찰 공소 사실에는 이 중위가 피해자가 3개월 이상의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는 등 정신적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수사기관에 군인등강제추행치상죄로 죄명 변경을 요구하지 않은 점, 이 중사 부친을 통해 장 중사의 추가 범행을 인지하고도 수사를 촉구하지 않은 점 등이 기재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직무유기죄 성립을 위해서는 피고인이 유기한 직무가 구체적인 직무일 것을 요하나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과 같은 직무상 의무는 인정되지 않고, 이를 규정한 법령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법리적 입증이 어려운 사안”이라면서도 선고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 중위는 피해자 신상을 주변에 유포한 2차 가해 혐의도 크기 때문에 그 부분을 특검이 밝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