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에 새바람이 분다. 신유빈(18)이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 활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포스코에너지의 김나영(17)은 폭풍성장으로 여자 탁구 최대 기대주가 됐다. 11살 ‘탁구 신동’ 이승수는 성인 선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재부흥을 꿈꾸는 탁구계에 ‘젊은 피’의 활약은 희소식이다.
조대성(20·삼성생명)은 세대교체의 최전선에 있다. 일찌감치 ‘신동’ ‘천재’ 수식어가 붙었던 그는 올해 국내 최고 권위의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1위, 종별탁구선수권대회 단·복식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7승 1패로 최종 1위, 4월 2022 청두세계탁구선수권대회 및 항저우아시안게임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에이스 장우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경기도 용인 기흥구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지난 12일 만난 조대성은 “제가 실력이 없어서 그동안 (선배) 형들을 못 밀어냈어요. 젊은 선수들이 실력을 올리고 경험을 쌓으면 한국 탁구도 더 발전할 거예요”라고 말했다.
어릴 적 조대성은 배드민턴을 잘 쳤다고 했다. 하지만 탁구인의 눈에는 탁구만 보이는 법. 조대성의 삼촌 조용순 경기대 감독은 ‘탁구 잘 치겠다’ 싶어 조카에게 탁구채를 선물했다. “이건 아무한테도 말 안 했는데 (웃음) 원래 탁구를 안 하려고 했어요. 근데 제가 좋다거나 싫다거나 표현을 잘 못 하는 편이라서.”
실력만큼은 확실했다.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조 감독은 “손목을 사용하거나 공을 다루는 감각이 남달랐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에는 종합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오르며 전국구로 이름을 알렸다. 종합선수권은 모든 연령대 선수가 출전해 자웅을 겨루는 국내 최고 권위 대회다. 특히 세계선수권 남자 단식 4강에 오른 이상수를 8강에서 꺾으며 기염을 토했다. “처음엔 무조건 좋았어요. 어린 마음에 계속 기사를 찾아보고 새로고침을 눌렀어요.”
기쁨은 곧 부담으로 변했다. “시합 한 번 지고 바로 알았어요. 지면 지는 대로 이슈가 되니 부담이 됐죠. ‘어떻게 해야 하지. 무조건 이겨야 하나.’ 승부에 집착이 없었는데 그때 처음 생겼어요.” 조대성은 이듬해 종합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로 개인단식 결승에 진출했다.
고교 졸업 후에는 이상수 안재현 등 쟁쟁한 선배들이 있는 삼성생명에 현역 최고대우로 입단했다.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 올림픽(동메달), 부산아시안게임(금메달)에서 활약한 ‘레전드’ 이철승 감독도 있었다.
하지만 실업 1년차엔 왼쪽 팔꿈치 수술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중학생 때 한 차례 수술한 부위였다. “괜찮아진 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 똑같은 재활이 이어지니까 미치는 거예요. 건강한 선수들이 부러웠어요.”
복귀 후 좀체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불안감이 있었지만 훈련에 매진하고 몸 관리를 병행한 덕에 주요 대회에서 기량이 살아났다. 올해 처음 생긴 2022 두나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코리아리그(1부) 초대 1위를 달성했다. “챔피언결정전까지 우승해 원년 통합우승을 하고 싶어요.”
2012년 이후 올림픽 메달이 없다는 질문에는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으니 파리올림픽은 다를 것”이라고 했다. 국대로서 책임감도 커졌다. “예전에는 대표라는 게 안 와닿았는데 요즘은 달라요. 형들이랑 다 같이 잘했으면 좋겠어요.” 파리올림픽 목표는 금메달이다.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준비해야 어떤 메달이든 따겠죠.”
“탁구할 생각이 없었다”던 소년은 어느덧 “오래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탁구인으로 성장했다. “몸 관리를 잘해서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늘 톱은 아니어도 상위권에 오래 머무르는 선수가 되면 좋겠어요.”
용인=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