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장벽·세이프가드… 보호무역 덫에 빠져드는 한국 철강

입력 2022-05-18 04:01
AP뉴시스

한국 철강산업이 ‘보호무역 덫’에 빠져들고 있다. 철강재 수출 환경이 악화일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보호무역주의는 강화하고 있는 데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치고 있다. 관세장벽이나 세이프가드를 개선하는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지 않으면, 올해 한국산 철강의 수출 규모가 급감한다는 우려가 높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해 한국산 철강재 수출 규모가 2711만t으로 지난 2017년(3166만t) 이후 5년째 감소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수출 규모는 2018년 3044만t, 2019년 3037만t, 2020년 2887만t 등으로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미국과 EU로의 수출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한국의 철강사들은 2017년 미국과 EU에 각각 354만t의 철강재를 수출했다. 이 규모는 지난해 미국 269만t, EU 283만t으로 쪼그라들었다. 각각 24.01%, 20.06%나 감소한 것이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철강의 수출액은 2020년 266억 달러, 2021년 364억 달러(잠정치)에 달했으나 올해 333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들이 경기부양책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부동산 침체 등으로 수요 증가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서 집계한 올해 1분기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의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1.8로 전분기(95.3)보다 다소 하락했다.

연구원은 철강의 수출계약(105.0)과 설비가동률(101.3)은 개선되지만, 대부분 항목에서 기준치(100) 이하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 대비 수출 환경이 악화한다고 예측했다. 특히 물류비용 상승(26.3%), 원재료 가격 상승(25.7%)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목했다.

반도체·배터리·철강·섬유 등 주요 업종단체와 포스코·현대제철 등 7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한 ‘대미 주요 산업 아웃리치 사절단’이 지난달 24∼26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전개했다.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산 철강의 발목을 잡는 건 자국 산업 육성에 무게중심을 두는 보호무역주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EU 영국 일본산 철강 제품에 고율관세(25%)를 부과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EU 일본과 철강제품 관련 관세 협상에 합의했다. 한국은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EU는 ‘철강 세이프가드’로 한국산 철강을 가로막고 있다. EU는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에 따른 급격한 철강 제품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2018년부터 세이프가드를 시행 중이다. 한국의 경우 11개 주요 철강 제품(냉연, 도금, 전기강판 등)에 대해 고율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여기에다 EU에서 도입을 논의 중인 ‘탄소국경조정세’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조정제를 도입해 역외에서 수입하는 철강 등에 온실가스 배출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상황 개선 기대감도 일부 있다. 철강을 원자재로 쓰는 EU 자동차 업계 등에서 세이프가드 폐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상무부와 무역대표부에 철강 232조 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