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고환율 의도적 방치… ‘MB와 닮은꼴 정책’ 펼까 [스토리텔링경제]

입력 2022-05-17 04:06

이명박정부와 윤석열정부는 경제성장률 하락, 물가 상승 등 경제 위기 상황에서 출범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달러당 1200원대의 고환율 상황도 비슷하다. 부동산 문제도 위기의 형태는 다르지만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위기 원인이 다르다는 점에서 두 정부 상황은 차이가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에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불거진 미국 금융시장 위기가 전 세계 경제 위기로 확산됐다. 단일 요인이 경제 전반을 뒤흔든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현재 경제 위기는 전염병이 촉발하고 다른 요인이 더해졌다. 자국 우선주의가 확대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이다.

해법이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경제 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이들의 면면은 과거와 비슷하다. 현 정부 대응이 이명박정부 때와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되는 이유다.

경제 요직 꿰찬 ‘MB맨’들

현 정부 경제사령탑 가운데 김대기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MB맨’으로 분류된다. 행정고시 22회로 기획예산처 출신인 김 실장은 이명박정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당시 경제 정책을 좌우한 인물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최상목 경제수석 역시 이명박정부와 인연이 깊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실무위원을 맡았었다. 친이명박계로 분류됐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인연도 눈에 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명박정부에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비상경제상황실장을 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책 실무를 맡았던 이력을 토대로 금융위 부위원장까지 올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MB맨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이명박정부 때 MB맨들과 인연을 맺었다. 추 부총리에 앞서 금융위 부위원장을 맡고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에 앞장섰다.

친(親)기업 정책 기조 강화할 듯

이른바 MB맨들은 과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경제 위기를 풀어나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과거와 현재의 경제성장률만 봐도 상황이 겹쳐 보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전인 2007년 5.8%였던 경제성장률은 2008년 3.0%으로 뚝 떨어졌다. 지금도 비슷하다. 마이너스 성장에서 지난해 4.0%로 반등했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들어 내리막이 확실해졌다. 정부는 3.0% 성장을 목표로 삼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2%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떨어지는 경제성장률을 되살려야 한다는 인식에서 위기 해법이 출발할 수 있다.


이명박정부가 택한 방법은 민간 기업 중심의 성장이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법인세 인하 정책이다. 최고 28%였던 법인세율이 이명박정부에서 22%로 낮아졌다. 인하한 법인세만큼 기업 이익이 늘면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도 늘릴 거라는 게 정부 생각이었다. 일종의 ‘낙수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는 문재인정부에서 최고 25%로 상향한 법인세율부터 세법 개정을 통해 손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환율 정책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7년 936.1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1년 만에 1259.5원으로 치솟았다. 당시만큼 극적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환율이 상승세다. 지난해 1188.8원에서 지난 13일 1284.2원까지 올라섰다. 이명박정부 경제팀은 환율에 개입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올라가는 점이 부담이지만 대신 수출이 활황을 띠게 된다. 같은 금액에 수출해도 환차익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기업 실적 개선이 임금을 높여 물가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대책 뒤에 있었다. 이번에도 역대급 수출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비슷한 방식을 쓸 개연성이 높다.

정반대 상황 부동산 대응은

다만 물가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때인 2008년 물가상승률이 4.7%까지 치솟자 이 전 대통령은 물가 총력 대응을 지시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계란 등 52개 주요 생활필수품 물가를 관리하는 ‘MB물가지수’다. 하지만 이 대책만으로는 치솟는 물가를 다잡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물가 대응을 강조했지만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에는 공급망 붕괴, 전쟁 등 상황으로 인한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책도 과거처럼 규제 완화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이명박정부 시기에는 지금과 달리 물량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2007년과 2008년 전국 미분양 주택물량은 각각 11만2254가구, 16만5599가구였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에서 미분양 사태가 나자 정부는 취임 직후인 2008년 6월 지방 미분양 주택 대책을 내놨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로 완화하고 일시적 2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2년까지 면제해줬다. 이후에도 규제 완화책이 속속 제시됐다.

지금은 공급이 부족한 게 문제다. 결국 문재인정부 말기처럼 공급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부동산 정책만큼은 이명박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공산이 크다. 원 국토부 장관은 이날 취임식에서 “‘250만 가구+α’의 주택공급 계획을 100일 안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