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다 곤욕 치른 윤호중 “시아버지와 항렬 같다는 말에…”

입력 2022-05-17 04:05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외빈 초청만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대화를 나누다가 웃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회의장단 및 여야 지도부와 만나 약 20분간 비공개 사전 환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기념 만찬장에서 윤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찍힌 사진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가 ‘시댁이 파평 윤씨고 시아버님이 ‘중’자 항렬로 위원장님과 항렬이 같다’며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부친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윤 대통령은 “나도 (두 사람의) 사진이 찍히게 된 얘기를 나중에 부인에게서 들었다”며 “만찬장에서 (부인이) 갑자기 윤 위원장님 쪽으로 걸어가길래 왜 그러나 했는데 그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두 분이 이 얘기를 하자 다 같이 웃었다”며 “환담 분위기가 비교적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이 김 여사 앞에서 입을 가리고 활짝 웃는 모습이어서 화제가 됐던 사진에 관한 뒷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졌다는 얘기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먼저 국회와 협의하고 조치하는 원칙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당부했고,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주의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4분쯤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밝은 회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계열 넥타이를 맨 것은 야당의 국정 협조를 구하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입장하자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고,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며 단상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약 14분간 연설을 하면서 의원들로부터 18번의 박수를 받았다. ‘의회주의’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대목에선 큰 박수가 나왔다. 손팻말이나 야유, 고성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통로를 일일이 돌며 의원들과 악수하느라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데 4분 정도가 걸렸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