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시작하기에 앞서 국회의장단 및 여야 지도부와 만나 약 20분간 비공개 사전 환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통령 취임 기념 만찬장에서 윤 위원장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찍힌 사진에 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윤 위원장은 “김건희 여사가 ‘시댁이 파평 윤씨고 시아버님이 ‘중’자 항렬로 위원장님과 항렬이 같다’며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부친은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다.
윤 대통령은 “나도 (두 사람의) 사진이 찍히게 된 얘기를 나중에 부인에게서 들었다”며 “만찬장에서 (부인이) 갑자기 윤 위원장님 쪽으로 걸어가길래 왜 그러나 했는데 그 얘기를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두 분이 이 얘기를 하자 다 같이 웃었다”며 “환담 분위기가 비교적 화기애애했다”고 전했다. 윤 위원장이 김 여사 앞에서 입을 가리고 활짝 웃는 모습이어서 화제가 됐던 사진에 관한 뒷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졌다는 얘기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중요한 문제에 관해서 먼저 국회와 협의하고 조치하는 원칙을 세워줬으면 한다”고 당부했고,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는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되는 의회주의가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0시4분쯤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밝은 회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계열 넥타이를 맨 것은 야당의 국정 협조를 구하려는 제스처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이 입장하자 여야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고, 윤 대통령은 의원들과 악수하며 단상으로 향했다.
윤 대통령은 약 14분간 연설을 하면서 의원들로부터 18번의 박수를 받았다. ‘의회주의’와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대목에선 큰 박수가 나왔다. 손팻말이나 야유, 고성은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통로를 일일이 돌며 의원들과 악수하느라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데 4분 정도가 걸렸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