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금리 0.5%P 인상 완전히 배제 못해”

입력 2022-05-17 04:01
추경호(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찬 간담회를 갖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빅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고물가와 강달러 등 고조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이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첫 조찬 회동을 한 뒤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같이 답했다. 그는 “4월까지 보면 그런(빅스텝) 고려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우리도 인플레이션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미국과 같은 정도는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금리 차가 역전되는 것만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연 1.5%)과 미국(연 0.75~1.00%)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 기준 0.5% 포인트이다. 만약 한은이 오는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는 데 그친다면, 한·미 기준금리는 7월에 역전될 수 있다. 미국이 6, 7월 잇따라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이 총재 발언 직후 국내 채권시장은 한때 요동쳤다. 금융시장에선 이 총재가 빅스텝 단행으로 스탠스를 완전히 바꾼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총재는 지난달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빅스텝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고 앞으로도 당분간 물가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지속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정책 공조 의지를 밝혔다. 추 부총리는 회동 후 “전반적인 물가나 거시 안정과 관련해서는 한은과 최상의 정책 조합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만나는 게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한다는 부총리 말씀에 공감한다”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