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의 에듀 서치] 새 정부 입시비리 척결의지가 고작 ‘교육부 6인 팀’?

입력 2022-05-17 04:06 수정 2022-05-17 04:06
새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를 보면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 입시비리조사팀을 신설할 계획을 세웠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행정안전부에 조사팀 정원 6명가량을 요청한 상태다. 사진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서울 중구 이화여고 시험장에서 1교시를 앞두고 점검을 하는 모습. 뉴시스

입시비리를 전담 조사하는 ‘교육부 암행어사’ A사무관. 이번 주는 지방의 B대학으로 출장이 예정돼 있습니다. 이 대학의 의·약학계열이 타깃입니다. 교육부에 새로 만들어진 입시비리 신고센터에 “딱 부러진 증거는 없으나 석연치 않다”는 뒷말이 무성한 곳입니다. 대학에 도착해 입학 담당자들의 마뜩잖은 시선을 받으며 전체 지원자의 입시 서류들을 훑어봅니다. 수능 100% 전형은 일단 제쳐놓습니다.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하는 수시 전형들만 살펴보기로 합니다.

먼저 내신 성적같은 점수로 줄을 세워봅니다. 객관적인 점수 지표만으로 서열을 만들고 이를 합격자 데이터와 비교해보는 작업입니다. 이 대학 의·약학계열은 수시에서 매년 50명을 뽑고 있습니다. 주목해서 살펴볼 서류는 내신 등 객관적인 지표로는 50위권 밖이었는데 면접이나 서류평가 등을 거치며 치고 올라와 합격한 케이스입니다.

합격자 50명 중 20명 정도가 이런 경우였습니다. 면접 서류를 살펴보고 당시 면접관들을 면담합니다. 그리고 왜 이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캐묻습니다. “이 학생은 면접 점수가 왜 이렇게 높습니까”(조사관) “발전 가능성이 좋다고 봤습니다”(면접관) “어떤 점 때문에?”(조사관) “전공에 대한 열정 등이 서류와 면접에 잘 드러나 있죠”(면접관)

평가자의 주관으로 당락이 좌우되는 정성평가 영역에서 ‘특혜’를 포착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입학 서류 어디에도 ‘부모 찬스’에 대한 힌트도 없습니다. 대학 모집요강에 집안 배경 정보는 기재 금지입니다. 합격자 중에 고위공직자 혹은 교직원 자녀가 있는지 입학 담당자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입학 담당자는 “고위공직자 자녀는 우리도 알 수 없다”는 답변과 함께 이 대학의 제척 시스템(지원자의 특수 관계자를 평가에서 배제하는 제도)의 우수성을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교육부에서 나온 암행어사는 본부로 복귀해 조사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그의 다이어리에는 앞으로 점검해야 할 대학들이 빼곡합니다.

입시비리를 조사해본 경험이 있는 교육부 관료 여러 명을 인터뷰하고 만들어본 가상 사례입니다. 새 정부가 내년 상반기 교육부에 입시비리전담팀을 꾸린다는 계획을 마련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교육부는 행정안전부에 정원 6명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아마 다음과 같은 인적 구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서기관급 팀장 1명과 사무관·주무관급 1~2명, 교사 출신인 연구관 1~2명. 팀장을 빼면 실질 조사 인력은 다섯입니다. 이들이 전국 381개 대학과 2375개 고교(2021년 기준)를 상대해야 하죠. 의대와 약대, 한의대, 치대도 있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등도 포함됩니다. 대학들만 매주 한 곳씩 ‘수박 겉핥기’로 들여다보더라도 무려 7년이란 시간이 걸립니다.

입시비리는 고도의 지능범죄입니다. 여간해선 밝혀내기 어렵습니다. 교육부가 대학 행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종합감사에서 회계 비위를 밝혀내더라도 입시 비리를 포착한 경우가 극히 드문 이유입니다. 외부로 드러난 입시비리 사례들을 보면 대개 매우 순진하게 일을 저질렀거나 조사와 수사가 아주 잘 이뤄졌을 경우 혹은 내부에서 결정적 제보가 나왔을 때로 추려집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같은 ‘진짜’는 인맥과 학맥 속에 숨어 있죠.

대학에 1차 조사를 맡기고 입시비리조사팀은 이를 검토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조사 인력 5명으로는 이게 현실적일 겁니다. 대학에 1차 조사를 맡겼던 ‘미성년자 논문 공저자’ 사태 때처럼 말이죠. 당시 1033건의 미성년 공저자 논문이 확인됐는데 96건만 연구부정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중 5건만 입학취소 조치로 이어졌습니다. ‘솜방망이 처분’이란 비판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더구나 입시비리가 드러나면 대학은 정원 감축이라는 철퇴를 맞습니다. 윤석열정부는 단 한 번의 입시비리에도 정원을 줄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대학들이 입시비리를 규명하는 데 적극적일 수 있을까요.

단 교육부 입시업무 담당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간 대학 입시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 대학 입시 전반을 관장하는 대입정책과가,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같은 대학원 입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학사제도과가 나서야 했습니다. 때로는 감사관실이 투입됐습니다. 그러면 기존 업무를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조사 업무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감사관실도 빼곡한 감사 스케줄을 조정해야 했습니다. 입시비리전담팀 구성은 정책 부서나 감사관실이 이런 돌발 업무에서 해방되는 걸 뜻합니다.

교육부는 “신고센터와 전담 조사팀이 있으니 아무래도 조심하지 않겠는가”라는 예방효과를 말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입시 비리가 더 정교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입시비리 척결을 바라는 국민 눈높이에 맞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입시비리 암행어사제’를 구체화하는 게 바로 입시비리전담팀입니다. 고작 6인의 팀, 윤 대통령의 입시비리 척결 의지가 의심받을 정도로 초라합니다.

역대 최장수 ‘교육 수장’인 유은혜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육부가 감사 권한은 있지만 수사 권한은 없어 그간 제기된 여러 입시 의혹을 조사하는 데 늘 답답해 보인 측면이 있었다. 교육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함께 참여해 총괄 조사하는 기구를 만들어 대국민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경찰과 검찰, 국세청 등을 아우르는 범부처 조사 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공정’한 입시로 가기 위한 좀 더 ‘상식’적인 아이디어 아닐까요.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