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이어 밀가루 대란?… 인도 밀 수출 중단에 가격급등 우려

입력 2022-05-16 04:03
인도의 밀 수출 전면 중단으로 밀가루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5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 밀가루가 진열돼 있다. 김지훈 기자

세계 2위 밀 생산국이자 8위 수출국인 인도가 밀 수출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밀가루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밀 수출국 작황이 이상 기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인도의 수출 금지는 국제적인 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적어도 8월 초까지는 국내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후폭풍을 보면 이를 장담하기가 힘들다. 빵·라면 등 밀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며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대외무역총국(DGFT)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인도 및 주변국 식량 안보가 위기에 처했다며 급작스럽게 밀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지난 3~4월 폭염으로 밀 작황 부진이 예상되자 국내 수급을 고려해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문제는 이 결정이 불러오는 후폭풍이다. 15일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2022~2023년 인도 밀 수출량 전망치는 850t으로 전 세계 밀 수출량의 4%가량을 차지한다. 평소라면 파장이 크지 않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세계 1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전쟁으로 경제 제재 조치를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전쟁에 휘말리며 올해 밀 수출량 전망치가 지난해의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유럽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는 가뭄이 들면서 올해 최악의 작황이 예고됐다. 세계 5위 밀 수출국인 미국 역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달 밀 가격 상승 폭이 인도 수출량 증가로 제한됐다고 밝혔다. 대안이 사라진 지금은 국제 밀 가격 급등을 막기가 힘들다. 수입산 밀 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국내에서 연간 수입하는 밀(2020년 기준 334만t) 중 사람이 먹는 제분용은 미국·호주·캐나다에서 수입하며 8월 초까지 재고가 있다고 밝혔다. 당분간 가격·공급 면에서 여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사태를 돌이켜볼 때 농식품부 말대로 영향이 적을 거라 장담할 수가 없다.

농식품부는 인도네시아 팜유 수출 중단 이후인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장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했다. 2~4개월분 재고가 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요즘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식용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외식자영업자들 가운데 사재기를 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지난주 18ℓ짜리 대두유를 20통 샀다. 1통 가격은 5만2000원꼴이었다. 지난해 이맘때 2만5000~2만7000원 정도였는데 1년 사이 배가량 올랐다. 이씨는 주말이 지나고 나면 대두유 추가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주변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도매상에서 대량 주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해서 걱정이다”고 말했다. 최근 1년 사이 롯데푸드 대두유 가격은 84%, CJ제일제당 백설 카놀라유는 66% 상승했다.

식용유 대란 조짐은 소매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같은 대형 창고형 할인매장은 1.5ℓ 식용유의 구매 개수를 인당 1~2개로 제한 중이다. 지난 14일 경기 하남 트레이더스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식용유 매대 앞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그는 “한 사람이 2개만 살 수 있다고 하니 살 수 있을 때 미리 사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 역시 식용유처럼 가격 급등, 공급 제한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하기가 힘들다. 이에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에 밀가루 가격 안정 예산 546억원이 배정돼 있다. 공급과 관련해선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문수정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