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46)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지난해부터 매 학기 수백만원의 장학금을 국제학부 학생들에게 지급해 오고 있다. 김 교수는 학교 측에 총 1억원의 기부금을 약정했다.
스승의날을 맞은 15일 김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내 기부는) 모두 스승의 행적을 닮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스승인 고(故) 김동훈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지난 3월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김동훈 교수는 1997~2016년 20년 동안 강단에 서면서 총 6540만원의 장학금을 학교에 기부했다.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2007년 무렵 이후에도 제자들을 향한 온정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김동훈 교수의 기부 역시 그의 스승인 이균성(81) 한국외대 명예교수때부터 배워온 가르침이었다. 이 명예교수는 1984년부터 2007년까지 법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교 측에 모두 1780만원을 기부했다. ‘말로만 모교와 제자를 위하지 말고 실질적인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명예교수의 신념이었다고 한다.
김봉철 교수는 김동훈 교수와 이 명예교수를 ‘닮고 싶은 사람들,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기억하는 스승 김동훈 교수는 연극반 학생들의 뒷풀이 자리를 찾아 밥값을 내주는 자상한 지도교수였다. ‘할아버지 교수님’인 이 명예교수도 강의실에서는 엄격했지만, 사석에서는 짜장면을 사주는 잔정 많은 스승이었다.
김봉철 교수에게 지금의 ‘내리사랑’은 자연스러운 가르침이었다고 한다. 그는 “내게 장학금 기부를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저 그분들의 행적을 옆에서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 말할 순 없지만 제자들 중에도 누군가는 보고 느껴서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드러냈다.
올 1학기 ‘김봉철 교수 장학금’의 주인공은 국제학부에 재학 중인 김지윤(23)·송예진(23) 두 학생이 됐다.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거주하다가 공부를 위해 혼자 한국으로 들어온 김씨에게는 이번 장학금이 배움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 희망이었다. 그는 “매 학기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왔는데 이번 장학금 덕분에 다양한 교재를 살 여유가 생겼다”며 “저도 제가 받은 ‘내리사랑’을 후배들에게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