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88% 노후… 서울시내 주거 양극화 해소 급선무

입력 2022-05-16 04:03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역인 종로구 창신동의 한 연립주택 모습. 서울시는 최근 창신1·2·3·4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의 주택이 늙고 있다. 건축 연한이 최소 22년 이상인 2000년 이전 건설 주택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44.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은 10채 중 8채가 이 같은 상황이어서 노후 저층 주거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 전체는 물론 25개 자치구 내부에서도 균형 개발을 내세울 정도로 주거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2015년 이후 중단된 민간 재개발을 신속통합기획을 앞세워 재개했지만 개발이익에 따른 자산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막기 위해 단계적이고 정밀한 지구단위 계획의 수립, 공공기여분 및 인프라 확대, 역사적 배경과 특색에 따른 개발을 주문했다.


2020년 기준 서울시의 전체 주택 수는 301만5371호다. 이 가운데 2000년 이전 지어진 주택은 135만3210호로 전체의 44.9%를 기록하고 있다. 주택 종류별로 살펴보면 노후 저층 주거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단독주택과 연립주택의 비중이 매우 높다. 단독주택의 88.6%(27만1977호), 연립주택의 79.4%(8만7814호)가 2000년대 이전에 지어졌다.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파트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아파트 177만2670호 가운데 2000년 이전 지어진 아파트는 모두 76만8340호(43.3%)다. 10년 단위로 끊어보면 2000~2009년 지어진 아파트가 60만7957호로 가장 많고 이어 1990~1999년(47만5716호), 2010~2019년(35만6407호), 1980~1989년(24만2998호) 등 순이다.

건축 연한이 30년이 훌쩍 넘은 1990년 이전 지어진 주택 비중은 18.3%다. 가장 비중이 큰 주택은 역시 단독주택으로 정확히 절반(50.0%)을 차지한다. 연립주택도 34.1%가 해당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15일 “1970년대부터 서울에 도시가 본격적으로 형성되면서 1980~90년대 지어진 건축물이 많다”며 “이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주거의 질에 대한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 리모델링·재개발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에도 시장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지난 7년여간 도심 개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별다른 조치도 못 하고 낡아가던 주택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산에 필적하는 국세 분담률을 자랑하는 강남구조차 테헤란로·도산대로 뒤쪽의 노후 주거지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정도로 주택 노후화가 각 자치구의 주요 현안이 된 지 오래다. 강북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재개발은 물론 도시재생사업 역시 일부 리모델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주거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선 다양한 방식의 현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의 경우 현재 21곳이 대상지역으로 선정돼 절차가 진행 중이다. 후보지 공모에만 102곳이 참여해 약 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초·강남·광진·중구를 제외한 21개 구에서 동시에 사업에 착수했다. 공공재개발 공모 제외대상이었던 도시재생지역도 종로·구로·동작·관악구 4개 지역이 포함됐다. 보존 위주였던 도시재생지역이 재개발 대상에 포함된 것은 서울의 새로운 주거환경 개선 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수순이다. 또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됐던 은평·서대문·금천구 지역도 새롭게 포함됐다.


서울시 내 재건축 대상 역시 164곳이나 된다. 단계적으로 보면 안전진단 통과구역이 41곳이며 구역지정 8곳, 추진위원회 승인 14곳, 조합설립인가 49곳, 사업시행인가 25곳, 관리처분인가 11곳, 착공 16곳이다. 압구정 2~5구역,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이름만 대도 알만한 공룡 재건축 단지들이 앞다퉈 신속통합기획에 뛰어들어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논의 중이다. 여기에 대규모 개발이 불가능한 소규모 저층 주거지의 정비사업인 모아주택도 2026년까지 3만호 공급을 목표로 착수됐다. 마찬가지로 소규모 재개발인 모아타운도 강북구 번동, 중랑구 면목동 2곳이 시범사업지로 선정됐고 조만간 25개 내외 구역을 최종 후보지로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계획이 진행되자 개발이익 환수 여부 및 난개발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각 구역의 개발 순번을 정하고, 공공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할지 추진 계획을 정밀하게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재건축으로 학교를 지어야 할 경우 건물은 금방 짓더라도 교사를 확보하는 게 어려운 만큼 다각도의 영향 평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난개발 우려에 대해선 인사동을 실패 사례로 들며 “꼬불꼬불한 길로 된 동네를 넓은 길로 넓혀 놓으니 특색이 사라졌다. 개발 일변도로 나서다 과거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종합적인 노후주택 정비계획을 수립해서 일시적 개발이 아닌 노후도 및 자치구별 안분에 따른 단계적 개발로 행정지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초과이익 환수 문제도 적정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우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준구 김이현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