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선수가 심판됐다”… 尹정부 첫 동반성장위 ‘이해충돌’ 논란

입력 2022-05-16 04:07
지난 12일 서울 중구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리운전기사 권익과 시민 안전을 보장하는 사회적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꾸려지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성장위)가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대리운전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해 오던 업계 대표가 중소기업 위원으로 위촉됐다.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의결해 지정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선수로 뛰던 인물이 심판이 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반성장위는 오는 24일 제6기 위원을 위촉하고 출범식을 열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동반성장위는 지난 3월 6대 위원장으로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선임했다. 이후 경제단체 및 관계기관 추천으로 대·중견기업 대표 10명, 중소기업 대표 10명, 공익을 대변하는 학계·연구계 전문가 9명을 6기 위원으로 잠정 위촉한 것으로 전해진다. 6기 위원회에는 대기업에서 현대자동차, GS홈쇼핑, KT,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자 등이 참여한다. 중소기업 위원에는 대리운전·안경 업종 등의 소상공인, 소프트웨어 개발, 작물염색가공업, 승강기제조업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성장위는 산업계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하며 성장하는 문화를 만든다는 목적으로 2010년 법률에 따라 설립된 민간협의체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운영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동반성장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권고안 내용에 따라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나 진입은 막힌다. 기존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식의 제재도 받는다.

산업계는 6기 위원회에 최근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주장해 온 대리운전업체 장모 대표를 포함해 형평성·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 대표는 대리운전총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지난해 5월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의 대리운전 사업 확장을 제한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했었다.


그동안 동반성장위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티맵모빌리티, 대리운전총연합회 사이에서 협의를 주도해 왔다. 지난해 11월 조정협의체를 구성한 뒤 올해 4월까지 7차례에 걸쳐 만났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신청일로부터 1년 내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이달 중순 안에 최종 협상안을 도출하고 표결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위촉안대로 6기 위원회가 구성돼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여부를 표결하면 장 대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지난달까지 업계 대표로 협의 테이블에 앉았던 ‘선수’가 결과를 평가하는 ‘심판’이 되는 셈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국정과제로 ‘상호 윈윈형’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겠다는 윤석열정부가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이면 다른 업종에서 빚어진 갈등을 중재할 때에도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방성장위 측은 최종단계에서 6기 위원회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경제단체 및 유관기관 추천 인사에 장 대표 등의 중소기업 인사가 포함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6기 위원회의 정식 출범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 위원 명단이 바뀔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