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전 적자, 전기료 이대로 둘 것인가

입력 2022-05-16 04:07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 7조7869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연간 영업적자(5조8601억원)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 1분기 전력 구매단가는 kWh당 180.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6.5원)보다 135% 올랐으나 전기 판매가격은 107.8원에서 110.4원으로 2.4% 오르는 데 그쳤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비경제적인 구조로,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원인을 제공했다. 단가가 싼 원전 비중을 줄였다가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에너지 가격이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급등하자 한전이 덤터기를 쓴 것이다.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료도 오르는 ‘연료비 연동제’를 약속하고도 물가안정과 대선 등을 의식해 지난해 4분기 단 한 차례 조정단가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

한전의 눈덩이 적자는 대중영합주의와 정책 실패가 만나면 어떤 지경에 빠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적자 와중에도 한전은 지난해 사장(9315만원)과 상임감사(6210만원), 상임이사(6219만원)에 성과급을 지급했다. 직원 평균 794만원을 받았다. 이는 재무 관련 배점은 100점 만점에 5점에 불과하고 사회적 가치 구현(25점) 등 공기업의 역할 등에 후한 점수를 주는 공기업 경영평가에 따라 평가점수 B를 받은 데 근거한 것이다. 주식 투자자 입장에선 기상천외한 방식이다. 정부는 일반 상장사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자본주의적 공기업 평가방식을 고쳐야 한다.

한전은 이대로 가다간 올 30조원 이상 적자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누적 차입금만 이미 50조원이 넘어 회사채 발행도 불가능해질지 모른다. 윤석열정부는 연료비 연동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조7890억원의 사상 첫 적자로 668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 향후 6년간 전기요금을 42% 인상했던 2008년보다 더 비참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정부는 당장의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전기료 인상에 대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