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건설업계가 맞닥뜨린 상황이 안팎으로 쉽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2020년 이후 안으로는 부동산 시장 활황, 밖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했다. 그 결과 해외수주는 줄었지만, 주택시장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며 선전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의 주택시장 사업 환경은 악화하고 있고, 세계 경기는 강력한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올해 2분기에도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 건설사의 해외사업 누적 수주액은 지난 10일 기준으로 97억 달러다. 연간 수주액이 306억 달러였던 지난해와 비슷한 추세다. 건설사의 해외수주액은 2010년 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19년 223억 달러로 줄었다.
해외수주 환경은 갈수록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건설업체들의 주요 해외 일터는 여전히 중동이다.
지난해에는 수주 상위 5개국 가운데 호주 싱가포르를 제외한 3곳이 중동 국가였다. 사우디아라비아 한 곳에서만 56억9279만 달러를 따냈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28억7845만 달러, 카타르 22억3277만 달러를 수주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10일 기준) 중동 수주액이 13억6004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0억6106만 달러)보다 크게 감소했다.
국제유가 상승,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해외 상황이 기업들에게 불리한 쪽으로 작동하고 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중동 산유국의 재정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결국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경기 하방 압력에 해외 건설 수주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사업 수주 여건이 나빠지는 동안 건설업계는 내부의 주택 사업으로 눈을 돌려왔다. 마침 건설경기는 호황이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건설(건축, 토목)수주액은 197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토목 부문 수주액은 42조원으로 최근 10년간의 수주액과 비교하면 크게 두드러질 것이 없는 수준이었으나, 건축 수주액이 무려 155조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1분기까지 건축·토목 실적은 53조57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7조8709억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국내외 시장 여건이 워낙 상반되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의 소규모 정비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분위기는 과열됐다. 중소 규모 건설사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에 더 신경 쓰면 좋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말부터 흐름이 크게 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게 ‘방아쇠’다. 철근·콘크리트 업계는 건설사에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공사 중단(셧다운)에 나서기도 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철근·콘크리트(철·콘) 하도급 회사들은 지난 6일 공사 중단에 들어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택사업을 무턱대고 수주하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정비사업을 무조건 수주하려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는 되도록 출혈경쟁을 막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 시장이 갖는 ‘규모의 한계’를 고려할 때 다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손 연구위원은 “그동안 한국의 주택시장이 호황이었지만, 주택사업에 뛰어든 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상황이 좋을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은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역량이 있고, 해외기업과 공동 수주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