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성 해치지 않는 범위?’… 끝나지 않은 검수완박 논쟁

입력 2022-05-13 04:07
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최현규 기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송치 사건의 경우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의 검찰 보완수사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 검사의 수사 개시가 가능한 ‘부패·경제범죄 등 중요 범죄’에는 어떤 혐의까지 포함되는지 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안팎에선 개정 형소법의 보완수사 부분과 관련한 갑론을박이 여전히 오가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안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단일성·동일성까지 요구됐던 보완수사 범위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로 일단 정리가 끝났다.

문제는 동일성이란 용어의 모호함이다. 그동안 형사사법체계에서 동일성이란 단어가 쓰인 건 기소 이후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결정할 때 뿐이었다는 게 대다수 법조인들 얘기다.

해석이 분분한 만큼 검찰에선 동종 범죄까지는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고소인이 이의신청한 절도 사건에서 검찰이 압수물 분석을 하다가 제3의 절도 혐의를 발견했을 경우 이를 수사해 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한 부장검사는 “(국회에서 논의됐던) 개정 형소법 입법취지에는 공범이나 추가 피해 확인 시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언급돼 있다. 이를 고려하면 수사가 불가능한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동종과 동일성은 다르다는 반박도 있다. 보완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동종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 측은 “수사가 동일성 범위를 벗어났다”는 변론 전략으로 맞설 공산이 크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이 무혐의한 ‘몰카 사건’이 검찰에 왔을 때, 그 사진은 안 나오고 다른 사진이 수백장 나온 경우 검찰이 수사를 못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가 나올 때까진 이론(異論)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개정 검찰청법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로 남은 ‘부패·경제범죄 등’을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수사 개시가 가능한 구체적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어 직접 수사가 가능한 사건이 예상보다 많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대통령령 개정 과정에서 부패·경제 범죄의 정의를 넓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수사·기소 분리라는 입법 취지를 감안하면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사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순 없으며, 법률 근거를 뛰어넘는 대통령령 개정은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많다.

임주언 조민아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