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12일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고도 적자 국채 발행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은 ‘초과세수’다. 지난해 9월 2022년도 예산을 편성할 당시 생각했던 세수보다 무려 53조3000억원이 더 걷힐 것이라는 수정치를 근거로 삼았다. 교육세와 교통세를 제외한 모든 세목에서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국가 재정 부담은 덜었지만 2년 연속 계속된 세수 추계 오차에 대해서는 비판이 불가피해졌다. 아직 올해 2분기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초과세수를 ‘확정’하는 것이 또 다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세수 상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좋아진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예상보다 29조1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평가되는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 수출 호조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결산을 완료한 코스피 기업의 영업이익은 모두 106조8000억원으로 전년(67조5000억원)보다 58.2% 급등했다. 코로나19 창궐로 실적이 수직 하락했던 2020년과 달리 실적이 ‘V자’ 반등한 것이다. 올해 법인세수는 지난해 실적을 토대로 부과된다.
정부는 양도소득세도 전망치보다 11조8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올 들어서도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점이 반영됐다. 지난 1~3월 월별 주택 매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7.5~9.2% 상승세를 보였다. 그만큼 거래할 때 양도세가 더 많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용 상황이 호전되면서 근로소득세 역시 10조3000억원 추가로 걷힐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1분기 상용근로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5.1% 늘었고 명목임금도 상승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수입액이 증가하며 관세 세수 전망치도 증가했다. 물가 급등은 부가가치세 전망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의 세입경정이 맞는다는 가정 아래 정부는 적자국채 추경 대신 나랏빚을 갚는 데 9조원을 갚겠다고 밝혔다. 정부 수입에서 지출·순융자를 뺀 통합재정수지와 여기서 국민연금 등 4대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 모두 이번 추경안을 통해 개선됐다.
그러나 세수추계는 말 그대로 추계일 뿐, 올 하반기 세수 상황이 정부 기대와 달리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세정당국 관계자는 “이번 세입경정은 전망치보다는 정부 기대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50조원이 넘는 세수 추계 오차를 내면서 정부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61조4000억원이나 되는 세수가 추가로 걷히면서 기재부는 감사원 감사까지 받았다. 고광효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해 7월 올해 세입예산을 편성하면서 연말에 나오는 (기업) 실적치가 반영 안 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후 환율, 물가, 유가, 수입액 증가 등 고려하지 못했던 거시경제 변수가 나타나서 이번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