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결정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 동 가운데 붕괴참사가 발생한 건물이 이르면 내년 안에 사고현장에서 종적을 감춘다. 38~23층 외벽과 바닥이 사라진 201동을 포함한 전체 8개 동 철거방식도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2일 현산 등에 따르면 구체적 철거 방식과 일정 등을 담은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해 곧 주무 관청인 광주 서구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산 측은 계획서 제출 이후 당국의 승인을 받게 되면 철거작업에 신속히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현산은 시공 도중 붕괴한 화정아이파크가 건축물관리법이 규정한 건축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라 건축물 해체공사계획서가 아닌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제출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미완성 구조물은 현행법상 건축물로 볼 수 없다는 법적 해석이다.
이에 따라 철거작업은 보통 착공 이전 건설사업자가 인·허가 기관에 제출하는 안전관리계획서를 법적 근거로 삼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산 측 계획서는 국토안전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담당 지자체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하지만 계획서에 보완이 필요할 경우 안전관리 보강과 서류준비 등에 더 많은 시일이 걸릴 수 있다. 현산은 이 과정에만 향후 최소한 1개월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붕괴 참사 직후 내려진 공사중지명령 해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선 광주고용노동청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고현장을 확인한 뒤 심의위원회를 열어 위험요인을 바로잡았는지 검토하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산은 철거를 서두르기로 했지만 201동 1개 동을 허무는 데만 최소 20개월, 8개 동 전체를 철거하고 재시공하는 데는 7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철거방식으로는 다이아몬드 성분 와이어로 구조물을 두부처럼 1개 층씩 절단한 뒤 대형 곤돌라 등으로 떠올려 지상으로 옮기는 일명 ‘다이아몬드 와이어 절삭(DSW)’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
구조물을 다이너마이트로 파괴해 한꺼번에 주저앉히는 발파공법, 집계 모양 유압기를 장착한 굴착기로 옥상부터 쪼아 눌러 부순 뒤 콘크리트 잔해물을 지상으로 운반하는 일명 크러셔(압쇄기) 공법은 현장 여건을 고려할 때 적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산 측은 이에 따라 DSW 공법으로 상층부를 절단·철거하고 붕괴가 멈춘 저층부는 구조안전성 검토를 거쳐 크러셔 공법을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