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길가에서 지나가던 행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살인·폭행 혐의 현행범으로 중국 국적의 40대 남성 A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1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6시쯤 구로구 한 공원 앞에서 60대 B씨를 마구 때리고 주변에 있던 깨진 도로 경계석(연석)으로 내려치는 등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 결과 필로폰 양성 반응이 나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의뢰했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사건 현장 CCTV를 보면 A씨는 다른 곳을 보며 지나가던 B씨에게 뭔가 말을 걸면서 접근하더니 돌연 발길질을 시작한다. 갑작스러운 폭행에 B씨는 주저앉았지만 A씨는 계속해서 B씨의 얼굴 등을 마구 찼다. B씨가 의식을 잃은 뒤 A씨가 B씨 주머니를 뒤지는 장면도 나온다. 이후 쓰러져 있는 B씨 얼굴 위로 큼직한 시멘트 연석을 들어 내리찍고는 현장을 떴다.
CCTV를 보면 B씨가 쓰러진 뒤 17분이 흐르는 동안 행인 54명이 지나쳤음에도 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고 발생 인근 아파트에서 나오는 장면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골목을 빠져나간 A씨는 대로변에서 리어카를 끌던 고물 수집상 C씨(80)도 폭행했다. C씨는 “웬 남자가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 귀와 뺨을 때려 쓰고 있던 안경이 나가떨어졌다”며 “짐을 붙잡느라 손을 쓸 수 없었는데 (A씨가) 발로 옆구리를 차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C씨는 계속 뒤따라오는 A씨를 피해 공원으로 숨은 뒤 경찰에 직접 신고했다. A씨는 피해자들과 일면식도 없는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목격자에 따르면 A씨는 폭행 직후 공원 앞 왕복 8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주저앉는 등의 이상 행동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선 살해 용의자와 폭행 피의자가 동일인임을 확인하고 A씨를 체포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도 비협조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