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윤석열정부 출범 이튿날인 11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사령탑에 공식 취임했다. 지난 3월 대선 패배 후 선거대책위원회를 해단한 지 62일 만이다.
이 전 지사는 대장동 의혹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물 없는 물총’에 비유하며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 전 지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1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출범식에 등장했다. 이 전 지사는 인사말에서 갓 출범한 윤석열정부를 공개적으로 견제했다. 그는 “정치는 단 한 사람이 국민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리인들끼리 역할을 나눠 서로 ‘잘하기 경쟁’을 통해 끊임없이 국민과 국가에 충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력은 집중되면 부패한다는 명확한 진실이 있다”며 “그래서 권력은 나뉘어야 하고, 국민을 중심에 두고 누가 조금 더 국민에게 충성하는가를 겨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소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 전 지사는 “어떤 장소에 가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정말 어려웠다”면서 “그래도 우리가 다시 또 출발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지사는 지난 8일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후 윤 대통령을 ‘심판자’로, 자신은 ‘일꾼’으로 소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당선으로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을 한번 심판했으니, 이제는 자신에게 일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이 전 지사는 선대위 출범식에서도 손가락으로 숫자 ‘1’을 내보이며 “일하고 싶다. 일꾼들이 일할 수 있도록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전 지사는 자신의 보선 출마가 검찰 수사를 대비한 ‘방탄용’이라는 여권의 비판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저는 인생을 살며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어 검찰과 경찰이 수사로 아무리 압박해도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꾸 방탄, 방탄 하는데 여러분은 물도 안 들어 있는 물총이 두려우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지사는 또 “자꾸 빈총으로 사람을 위협해 놓고, (내가) 총을 피하려 한다고 소리(주장)하는데 잘못한 게 없으면 아무런 걱정할 일이 없다”며 “죄지은 사람이 두려운 것이지 잘못한 게 없는 사람이 왜 두려워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분 없는 출마’라는 비판에 대해선 “현재 민주당과 민주당 후보들이 겪는 어려움은 지난 대선 결과 때문”이라며 “어려움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어떤 일도 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출마에 국민의힘 지지자는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민주당 지지자는 압도적으로 찬성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전 지사는 아무 연고 없는 인천에서 본인 선거를 치르면서 전국 선거도 지휘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고민도 내비쳤다. 그는 인천 계양구 보훈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전국적으로 전화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데, (유세 지원) 요청이 너무 많아 어느 정도 수위에서 (일정 등을) 배분할지 논의하는 중”이라며 “계양을 선거에 충실하는 것이 첫 번째고 그 다음 인천, 수도권, 전국 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시간을 두고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인천=안규영 김승연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