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첫 경제 사령탑을 맡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앞에 놓인 과제는 말 그대로 ‘산더미’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치솟는 물가, 주요 선진국 통화 긴축 등 악재가 곳곳에 산적해 있다. 11일 취임한 추 부총리의 일성은 물가 안정 등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였다. 그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코로나 피해 지원, 민생 안정 등을 위한 정책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는 한편 거시경제 안정 저해요인에 대한 관리는 더욱 철저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의 첫 시험대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첫 당정협의에서 추경을 ‘33조원+α’ 규모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추경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추경이 자칫 물가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 부총리도 취임사에서 가장 먼저 ‘물가 안정’을 언급했다. 물가뿐 아니라 금리와 환율도 일제히 오르는 ‘삼중고(高)’ 상황도 심각하다. 최근 대외 환경이 외환위기 못지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치솟는 물가와 환율을 안정화시킬 정책적인 묘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최근 물가 오름세가 주로 대외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를 잡자니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물가 상승에 불을 지필 수 있는 딜레마에 봉착한 셈이다.
코로나19 ‘엔데믹’에 맞춘 재정 정상화와 긴축재정 돌입도 새 정부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윤석열정부는 전면적인 재정 혁신 방침을 세웠지만 당분간 확장적 기조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추 부총리는 재정준칙 도입 등 재정건전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취임사에서도 국가채무 구조조정, 연금 개혁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경제성장률 제고 역시 새 경제팀의 시급한 해결 과제다. 올해 3% 성장을 전망했던 지난해 연말과 달리 최근 저성장·고물가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2%대 성장률, 4%대 물가상승률’에 대한 시장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추 부총리도 이날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과감한 규제혁신 등을 통해 창의적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를 풀고 모래주머니를 벗겨드려 기업이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해야 한다”며 “역동적 벤처·창업생태계 조성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도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경제팀은 꼬일 대로 꼬인 부동산 시장의 실타래를 풀어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만들어진 각종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면서, 주택공급을 늘려 시장 안정을 이끌어내는 게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 정상화와 공급 규제 완화 등을 ‘패키지’ 형태로 한꺼번에 발표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살펴가며 단계적으로 풀어갈 것을 조언했다. 또 공급 확대 역시 정부가 주도하는 형태보다는 민간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이종선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