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른팔’ 尹 면담 미·일에 밀려… “中 불쾌했을 것”

입력 2022-05-12 00:02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왕치산 중국 국가 부주석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역대 최고위급 축하 사절을 보냈음에도 윤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의 축하 사절을 먼저 만났다. 미·일 사절단장의 급도 중국보다 낮았다. 윤 대통령이 대외관계 우선순위에 따라 중국 사절 접견 순서를 뒤로 미룬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빈 접견 순서는 외빈이 해당국에서 가진 직급에 따라 정하는 게 통상적인 외교 관례다. 이번에 미국이 파견한 사절단장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다. ‘세컨드 젠틀맨’이라 불리지만 미국 정부에서 공식 직함은 없다.

윤 대통령은 10일 엠호프 변호사를 가장 먼저 만났고, 이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접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로 불리는 왕치산 국가부주석은 이들의 뒤 순번으로 밀렸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1일 “중국으로선 윤 대통령이 미국을 중시하기 때문에 첫 번째로 만난 건 이해하더라도, 일본보다 높은 급을 보냈는데도 미·일·중 3국 중 세 번째로 만난 것에 불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대외정책에서 일본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가 새 정부 들어 바뀐 게 은연중에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과의 관계를 더 중시하는 게 접견 순서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평했다. 정부 관계자는 “왕 부주석이 정권 실세인지 여부를 떠나 형식적인 의전에 있어 부주석이라는 레벨을 어떻게 볼지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외적인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는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시 주석의 방한 문제를 놓고도 중국과 기 싸움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고 초청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방중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두 차례 중국을 방문한 반면, 시 주석은 2014년 7월 이후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교 관례상 시 주석이 답방할 차례라는 지적이 있어 시 주석의 윤 대통령 방중 초청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외교가에선 윤석열정부가 대중국 관리에 좀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왕 부주석이 왔다는 건 중국도 나름대로 긴장하고 한국에 유화책을 쓰고 있다는 의미”라며 “사드 배치 같은 임계점을 넘는 일이 발생하면 중국이 강공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선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