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가 프로농구 챔피언에 등극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하며 창단 첫 통합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SK는 10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86대 62로 안양 KGC를 제압했다. 첫 통합우승과 함께 1999-2000, 2017-2018 시즌에 이어 통산 3회 우승을 달성했다.
KGC로선 벼랑 끝 매치였다. 1승만으로 시리즈를 끝낼 수 없었던 KGC는 초반부터 거친 압박으로 경기를 주도했고 3쿼터 초반까지 10점 이상 리드를 유지했다. 변준형, 문성곤, 오마리 스펠맨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리그 최고 슈터 전성현의 외곽포에 힘입어 원팀으로 열세를 뒤집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압도적 1강 SK의 옵션은 다양했다. 워니의 골밑 공격을 주무기 삼아 점수차를 차곡차곡 좁혔다. 최준용이 외곽에서 존재감을 뽐냈고 김선형과 안영준이 함께 달리며 템포 푸쉬로 KGC를 압도했다.
하이라이트는 4쿼터였다. KGC의 핵심 스펠맨이 U파울을 범하며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났다. 경기 분위기가 기울어질 수 있는 상황, SK에는 정규리그 MVP 최준용과 야전사령관 김선형이 있었다. 3쿼터까지 다소 잠잠했던 최준용은 투맨 게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딥쓰리를 터뜨리고, 골밑을 파고들며 노룩 패스를 뿌렸다. 김선형은 속공 상황에서 누구보다 빠른 ‘플래시 썬’ 그 자체였다. 12점차 리드를 허용했던 3쿼터가 거짓말인 것처럼 19점차 SK 리드로 바뀌었다. KGC는 전성현의 외곽포에 의지하다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결정전 내내 팀을 이끌었던 김선형은 MVP로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95표 중 66표로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SK 전희철 감독은 적장 KGC 김승기 감독에 이어 KBL에서 선수와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 트로피를 안은 역대 두 번째 사례가 됐다. 2001-2002 시즌 김진 전 동양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데뷔 시즌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리더십으로 통합우승을 완성한 전 감독은 “안 울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더라. 선수 때도 코치 때도 울긴 했지만, 오늘은 여러 가지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며 “요즘 드라마만 봐도 운다. 내가 너무 강했으면 밀당이 안 됐을 거다. 운이 따른 것 같다”며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