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로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반(反)지성주의’를 꼽았다.
윤 대통령이 반지성주의를 경계하고 나선 것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 처리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를 직접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사 작성에 관여한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내용은 취임사 초안에도 포함됐지만 윤 대통령이 그 원인을 반지성주의라고 콕 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여소야대 상황에서 취임했던 이명박·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협치의 중요성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협치’ ‘화합’ ‘통합’ ‘소통’ 등의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초안 수정 과정에서 ‘자유’라는 가치를 강조하다 보니 분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협치’ 부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