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갈등·反지성, 민주주의 위기 원인” 꼽으며 타개 의지

입력 2022-05-11 04:02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 경축연회에서 김부겸 국무총리가 건배를 제의하던 도중 ‘윤석열정부’를 ‘문재인정부’로 실수로 말하자 웃으며 격려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지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로 정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반(反)지성주의’를 꼽았다.

윤 대통령이 반지성주의를 경계하고 나선 것은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언급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 처리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를 직접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사 작성에 관여한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에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민주주의의 위기가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내용은 취임사 초안에도 포함됐지만 윤 대통령이 그 원인을 반지성주의라고 콕 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여소야대 상황에서 취임했던 이명박·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협치의 중요성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협치’ ‘화합’ ‘통합’ ‘소통’ 등의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초안 수정 과정에서 ‘자유’라는 가치를 강조하다 보니 분량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협치’ 부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