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10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사저로 귀향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저를 향하는 도중 서울역 앞, 울산 통도사역 앞, 양산 사저 앞에서 모두 3차례 지지자들에게 퇴임 인사를 했다.
오후 2시50분쯤 평산마을 마을회관 앞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은 상기된 표정으로 주민들과 지지자들에게 먼저 “여러분 사랑합니다. 드디어 제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산마을 주민들께 전입 신고 드립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드디어 제집으로 돌아왔다”며 “제집으로 돌아오니 ‘이제야 무사히 다 끝냈구나’하는 안도감이 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내려오는 기차간에서 제가 살 집 위로 햇무리가 뜬 사진을 봤다”며 “저를 축하해주는 것이었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주민들과 농사도 짓고, 막걸리도 한잔 나누고, 경로당도 방문하고 잘 어울려 살아보겠다”고 했다. 지지자들은 ‘문재인’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고, 일부는 “고생하셨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인사말을 마친 문 전 대통령은 사저 인근의 통도사 주지 스님과 김일권 양산시장 등과 400m가량을 걸어 사저로 향했다. 문 전 대통령의 낙향에 동행해 곁을 지킬 오종식 전 청와대 기획비서관도 함께했다. 문 전 대통령 내외는 전입 신고도 마치면서 행정적으로도 평산마을 주민이 됐다.
문 전 대통령의 귀향을 보기 위해 아침부터 지지자들이 찾았지만 큰 혼잡은 없었다. 특히 사저 인근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던 ‘양산 귀향’ 반대 단체가 집회를 하지 않으면서 마을회관 앞은 지지자들로만 채워진 분위기였다.
경찰은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사저 진입도로 3곳을 전면 통제하고, 통제선과 펜스 등을 설치해 안전사고를 막았다. 또 사복경찰과 기동대 등 6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양산 사저 입구는 도로포장까지 깔끔하게 완료된 상태였다. 담장과 대나무 등으로 조경 공사를 진행해 안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했다.
앞서 오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문 전 대통령은 낮 12시를 조금 넘어 서울역에 도착했다. 서울역에는 지지자들이 1000여명가량 모였다. 임종석 유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전 참모들과 김태년 홍영표 진성준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집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서울역 앞에서 “대통령이 될 때 약속드린 것처럼 원래 우리가 있었던 시골로 돌아간다. 저는 해방됐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 안 보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라고 하자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반대편에선 반문 단체가 ‘문재인을 감옥으로’ 등을 외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이 탑승한 KTX 대통령 전용열차는 2시간 남짓 달려 울산 통도사역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문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이제야 무사히 잘 끝냈다는 것을 실감한다. 약속드린 대로, 빈손으로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지만 훨씬 부유해졌다”며 “반려견 5마리, 반려고양이 1마리를 잘 돌보고, 농사도 열심히 짓고, 마실도 다니며 아름답게 잘살아 보겠다”고 했다. 김정숙 여사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양산=윤일선 조원일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