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에서 포스터 표절 논란이 또다시 불거졌다. 이번에는 2022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참가한 베세토 오페라단(단장 강화자)의 ‘라보엠’ 포스터다.
오는 20~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인 베세토 오페라단의 ‘라보엠’ 포스터는 오페라 애호가 사이에선 너무나 유명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의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라보엠’ 공연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1981년 초연된 MET의 ‘라보엠’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를 섬세하고 아름답게 표현한 무대가 일품으로 평가받는 프로덕션이다. 지금도 MET에서 손꼽히는 인기 레퍼토리로 자주 공연된다.
베세토 오페라단은 MET가 2014년 테너 비토리오 그리골로와 소프라노 아니타 하티그가 주역으로 나온 프로덕션 사진을 포스터에 고스란히 썼다. MET가 보도자료용으로 촬영한 사진인데 베세토 오페라단은 사진 저작권, 성악가들의 초상권, 연출가의 공연저작권을 침해했다. 강순규 베세토 오페라단 부단장은 “‘라보엠’ 포스터를 만들다가 해당 사진이 좋아서 사용했다”면서 “무단 사용을 인정한다. 다만 MET에 사진 사용을 위해 연락했는데, 답변이 없다. 이제라도 방법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강 부단장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베세토 오페라단의 ‘라보엠’이 MET와 라이선스 계약을 한 프로덕션이 아닌 데다 성악가들의 초상권 문제로 해당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 부단장은 “초상권은 생각 못 했다. 포스터를 내리겠다”고 답했다.
오페라계 관계자는 “저작권이 없는 무료 이미지 사이트도 있는데, 굳이 MET의 유명 프로덕션 사진을 그대로 포스터에 사용한 건 이해가 안 된다”며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국내 오페라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연계에서 포스터 표절 논란은 드물지 않게 발생한다. 2016년 뮤지컬 ‘더 언더독’과 ‘베어 더 뮤지컬’의 포스터가 각각 영화 ‘크림슨 피크’와 ‘글로리데이’ 포스터와 유사해 비난을 받았다. 제작사들은 포스터 표절 의혹을 사과했다. 2014년엔 뮤지컬 ‘로빈훗’의 포스터가 영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 포스터를 표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엔 국립발레단의 신작 ‘주얼스’의 포스터가 2020년 볼쇼이 발레단 ‘주얼스’의 영국 내 영화 상영 포스터와 유사해 논란이 됐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 시네마 포스터와 유사성을 찾을 수 있다고 판단해 공식 포스터를 변경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국립발레단의 포스터 표절이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2016년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레드닷 어워드 수상작 포스터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17년 ‘댄스 인투 더 뮤직’(Dance into the Music) 포스터는 베를린 필하모니의 포스터 표절 의혹이 제기돼 조용히 교체됐다. 발레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댓글 등을 통해 “저작권 문제에 민감해야 할 국립 단체인 국립발레단이 표절 논란에 자주 휘말리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취지의 반응을 내놓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