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자랑하던 IT업계… 결국 성장 막는 부메랑으로

입력 2022-05-11 04:06
국민DB

IT 업계에선 해마다 연봉 인상 경쟁이 치열하다. 이게 기업의 성장을 막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IT 업계 ‘대장’으로 불리는 ‘네카오(네이버+카카오)’마저도 올해 1분기 실적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건비’를 지목했다. 인건비 부담을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엔진 찾기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NHN은 올해 1분기 매출 5205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을 거뒀다고 10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8.2%나 감소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금융투자업계 전망치(249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순손실은 45억원으로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인건비 증가로 영업비용이 지난해 1분기보다 18.3% 증가한 영향이 컸다. NHN의 올해 1분기 인건비는 1018억900만원으로 지난해 1분기(924억8900만원)에 비해 10.1% 늘었다.

카카오 역시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9.6%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률(12.5%)보다 줄었다. 카카오의 1분기 영업비용(1조493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탓이다. 인건비가 약 4200억원을 차지했다. 1년 전보다 43%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월 임직원 연봉 재원을 15%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여파로 풀이된다.

네이버도 인건비 상승에 발목을 잡혔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각각 4.3%, 14.1%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하락하기는 지난해 1분기 이후 4분기 만이다. 전체 직원의 임금을 10% 인상하자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27.5% 늘어나면서 부담으로 작용했다. 네이버는 수익성 증대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IT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의 ‘2019~2021년 국내 주요 대기업 110곳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 변동 분석’을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11개 업종 가운데 IT 업종의 인건비율이 평균 11.8%로 가장 높았다. 자동차(9%), 식품(8.8%), 기계(8,7%), 전자(8.4%), 건설(5.7%) 등의 다른 업종보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이다.

카카오의 2019년, 2020년 인건비율은 각각 14.6%, 16.4%였다. 지난해는 24.3%로 훌쩍 뛰었다. 1년 새에 인건비율이 7.9% 포인트 높아지면서, 조사 대상 대기업 가운데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엔씨소프트는 3.1% 포인트(2020년 19.9%→2021년 23%), 삼성SDS는 2.7% 포인트(26.9%→29.6%), 네이버는 1.8% 포인트(9.3%→11.1%), SK텔레콤은 1.5% 포인트(5.7%→7.2%), 현대오토에버는 1.3% 포인트(15%→16.3%) 등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국내 IT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외형 성장보다는 인건비 상승 속도가 높아 이에 따른 경영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IT 업종에선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 우수인력 유치, 내부 사기 진작을 위한 연봉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토로한다. 낮은 연봉을 주는 기업은 도태한다는 불안감도 자리한다. 정우진 NHN 대표는 “최근 개발자를 중심으로 IT 업계에서 쟁탈전이 심한 편이고 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건비 부담을 희석하는 새로운 성장엔진 찾기가 급부상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해 새로운 매출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네이버는 웹툰의 2차 영상화 사업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계획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