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60년대 중국 대약진운동 시절 중국인들을 극심한 고통에 빠트린 정책이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 또 하나는 토법고로(土法高爐)다. 제사해운동은 참새를 농사에 해를 입히는 생물로 간주해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정책이다. 결국 참새의 멸종으로 생태학적 균형이 무너져 농업 해충이 창궐해 대기근을 촉발시켰다. 제사해운동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토법고로도 대약진운동 시절 중국인 수천만명이 굶어 죽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정책이다. 토법고로란 전통적인 기술로 만든 작은 철로(용광로)에서 농민들이 강철을 직접 생산하자는 운동이다.
당시 마오쩌둥은 중국이 짧은 기간에 후진 농업국에서 선진공업국으로 발전하길 바랐다. 공업국으로 가기 위해선 철 생산이 아주 중요한 법. 결국 마오쩌둥은 거대한 용광로를 만들어 철강을 대량생산하기엔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하니 가정마다 철로를 설치해 인해전술로 대량의 철을 만들자는 심산이었다. 단순히 ‘그냥 고철을 녹여서 새 철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중국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무조건 철 생산량을 할당했다.
그런데 할당량을 받아든 지방정부는 이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농민들을 다그쳤다. 철 생산이 이뤄지지 않으면 식량 배급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농민들은 처음엔 동네에 굴러다니는 고철을 주워 고로에 집어넣었다. 그래도 할당량을 충족하지 못하자 집에서 쓰는 수저와 젓가락을 넣었고, 양철 지붕까지 뜯어다 철을 만드는 데 썼다. 급기야 멀쩡한 각종 농기구와 트랙터도 용광로에 처넣었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고철과 땔감을 찾으려 돌아다녀야 해 본업인 농사를 제쳐뒀고, 이는 중국 전체의 식량 부족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생산된 철도 품질이 극히 낮았다. 대장장이도 아닌 농민들이 품질 좋은 철을 생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중국산 제품이 고장이 잦고 잘 부러진다는 속설은 이 토법고로에서 생산된 철 때문에 나왔다. 물론 당시에도 중국의 철강 전문가·기술자들은 이런 멍청한 짓에 대해 개탄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는 마오쩌둥의 ‘철 생산’ 한마디에 쉽게 묵살됐다.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정책이 21세기인 지금도 중국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바로 ‘제로 코로나’다. 제로 코로나는 토법고로와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는 윗선에서 무턱대고 정책을 집행하라고 강요하는 것부터 똑같다. 그리고 지방정부의 과도한 이행 의지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 실제 상하이에선 전수조사를 위해 새벽 3시에 코로나 검사를 실시했고, 방역 당국 관계자가 코로나 환자와 함께 살던 반려견까지 때려죽였다. 부모가 봉쇄된 상하이에 발이 묶이면서 13세 소년이 무려 66일간 집에서 홀로 지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로 코로나 영향을 제대로 알지 못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현실을 제대로 모르고 무턱대고 제로 코로나를 실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는 제로 코로나가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앞에선 속수무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한국 등 많은 나라가 빗장을 풀고 ‘위드 코로나’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중국은 시 주석의 3연임을 최종 확정하는 올해 가을 공산당 20차 당 대회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의 명분이 될 방역 실적을 위해 제로 코로나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사이 중국 국민의 고통과 세계적 경제 불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모규엽 국제부장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