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여러 차례 소환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한 후보자 고교생 딸의 학습·봉사활동 행위도 불법적 ‘스펙 쌓기’라며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 수사가 과잉수사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말도 나왔다.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 수사가 정당했다고 맞섰다. 딸의 여러 활동은 조 전 장관 자녀 의혹과 달리 입시에 활용되지 않았고, 위조 등 반칙 행위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 기회와 혜택임을 새기고 살겠다고 덧붙였다.
여야는 오후 들어 비로소 질의를 시작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는 한 후보자 딸의 논문·전자책 발표들이 과연 제 힘으로 정당하게 이뤄진 것인지에 집중됐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의혹 관련 대목이 인터넷에서 삭제됐다며 증거인멸을 주장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전자공학회 학술지에 논문 2편이 발표된 점을 문제 삼았고,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수학교재와 관련해 원작자에게 사과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저작권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한 후보자는 딸의 실적으로 거론되는 것들이 논문이 아닌 ‘두세 페이지짜리 연습용 리포트’라고 했고, 학술지도 ‘문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인터넷 자료 삭제 지적에 대해서는 “미성년자인 봉사자들이 공격받고 싶지 않아 자료를 내리는 것을 욕할 순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수학교재 저작권에 대해서는 그 문제들이 애초 비영리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것들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전혀 없고 입시에 사용할 계획도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이 복지관에 노트북을 기부했다는 내용을 소개하며 “물품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왔다”고 발언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한땡땡’이라 된 건 ‘한국쓰리엠’ 같다”며 “제 딸 이름이 영리법인일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은 “한 후보자의 딸이 이모와 함께 논문을 1저자로 썼다”고 했는데, 한 후보자는 “이모랑 논문을 같이 썼다는 건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다. 김남국 의원이 언급한 논문은 한 후보자의 조카가 외숙모인 ‘이모 교수’와 함께 쓴 것이었고 발언은 정정됐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의 경우 조작한 서류를 내서 대학에 합격, 다른 학생이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했다. 윤 의원이 “(딸로 인해) 다른 학생이 피해를 입었느냐”고 묻자 한 후보자는 “없다”고 답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수사를 안 하는 건 다음 문제라 해도, ‘아무 문제 없다’는 태도는 감수성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공감의 말씀을 여러 번 드렸지만, 사실이 아닌 걸 사실처럼 말씀드리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맞섰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조 전 장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해 “검찰이 함부로 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 사건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도 “제가 조 전 장관 수사를 하지 않았어야 하는지 여쭈고 싶다”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후보자를 증오의 대상으로 본다”고 했다. 한 후보자는 “조 전 장관 수사 이후 평가가 180도 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일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조민아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