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청와대를 나오며 “오늘로써 청와대 대통령 시대가 끝난다”고 말했다. 10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시대’가 개막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배웅하러 온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청와대 본관 앞에 도열한 청와대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주고받으며 정문까지 걸어 내려갔다. 문 대통령이 정문을 나오자 지지자들이 “문재인”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손을 맞잡으며 성원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 앞 분수대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환호가 쏟아지자 문 대통령은 “다시 출마할까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업무가 끝나는 6시에 정시 퇴근을 했다”며 “마지막 퇴근을 하고 나니 정말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서 정말 홀가분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분이 저의 퇴근을 축하해주니 정말 행복하다”며 “앞으로 제 아내와 ‘전임 대통령으로서 정말 보기 좋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잘 살아 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주변 삼청동과 효자동 주민들을 향해 “집회·시위 소음 때문에 불편이 많으셨을 것”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을 대표해서 특별히 인근 지역 주민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여러분,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물었고, 지지자들은 “네”라고 화답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김 여사는 “대통령님과 함께 마음 졸이며 세계 속에서 우뚝 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시는 여러분들이 함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문 대통령 부부는 승용차에 오르며 5년 청와대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와 퇴임 연설, 외빈 접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가진 퇴임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며 문재인정부 5년을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를 향해서는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정부에서도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후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차례로 면담하며 마지막 외교를 마쳤다. 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표를 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KTX를 타고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로 내려갈 계획이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