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정부, 국민통합의 길로 가야” 文 마지막 당부

입력 2022-05-10 00:02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퇴근한 뒤 청와대 앞 분수대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러분,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묻자 운집한 지지자들은 “네”라고 답했다. 김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청와대를 나오며 “오늘로써 청와대 대통령 시대가 끝난다”고 말했다. 10일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시대’가 개막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배웅하러 온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성공한 전임 대통령이 되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이날 오후 6시쯤 청와대 본관 앞에 도열한 청와대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주고받으며 정문까지 걸어 내려갔다. 문 대통령이 정문을 나오자 지지자들이 “문재인”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의 손을 맞잡으며 성원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 앞 분수대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환호가 쏟아지자 문 대통령은 “다시 출마할까요”라며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오늘 업무가 끝나는 6시에 정시 퇴근을 했다”며 “마지막 퇴근을 하고 나니 정말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서 정말 홀가분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분이 저의 퇴근을 축하해주니 정말 행복하다”며 “앞으로 제 아내와 ‘전임 대통령으로서 정말 보기 좋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잘 살아 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주변 삼청동과 효자동 주민들을 향해 “집회·시위 소음 때문에 불편이 많으셨을 것”이라며 “역대 대통령들을 대표해서 특별히 인근 지역 주민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여러분, (제가)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라고 물었고, 지지자들은 “네”라고 화답했다.

함께 무대에 오른 김 여사는 “대통령님과 함께 마음 졸이며 세계 속에서 우뚝 서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시는 여러분들이 함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문 대통령 부부는 승용차에 오르며 5년 청와대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임기 마지막 날인 9일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청와대 정문을 걸어 나오고 있다. ‘넌 나의 영원한 슈퍼스타’라고 적힌 손팻말과 풍선 등을 든 청와대 직원들이 뒤따르며 문 대통령 부부를 배웅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와 퇴임 연설, 외빈 접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바쁜 하루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 로비에서 가진 퇴임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며 문재인정부 5년을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를 향해서는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또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정부에서도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오후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과 차례로 면담하며 마지막 외교를 마쳤다. 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표를 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서울 시내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KTX를 타고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로 내려갈 계획이다.

오주환 김승연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