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속 김만배… 천화동인 1호 주인 유동규 지목

입력 2022-05-10 04:08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씨. 최현규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영학 회계사 녹음파일에 ‘천화동인 1호 소유자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 등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법정에서 정 회계사가 2020년 10월 30일 경기도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김씨 및 유 전 본부장과 나눈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재생했다. 녹음파일에서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천화동인 1호는, 너라는 지칭은 안 했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걸 (화천대유) 직원들이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화천대유) 직원들이 아는 게 많지 않으냐. 걔들은 뭐로 막겠냐. 돈으로 막아야지”라며 “이렇게 해서 나가는 게 280억원 정도 된다”는 언급도 했다. 검찰은 “천화동인 1호가 유 전 본부장 소유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고,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700억원을 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수익금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구체적 방법을 논의하는 장면도 담겼다.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내가 만약 동규한테 700억원을 줄 수 있는 게 동규가 차린 회사의 비상장 주식을 비싸게 사는 방식으로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에 정 회계사는 “법적으로 따져보면 된다”고 답했다.

곽상도 전 의원에게 지급할 돈에 대해 논의한 정황도 담겼다. 김씨가 “A씨(박영수 전 특검 딸)와 곽상도 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 되지”라고 말하자, 유 전 본부장은 “아들한테 배당하는 식으로 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이에 김씨는 “회사 막내인데 50억원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고 말했다.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가 공무원 접대로 힘들다고 토로했던 정황도 드러났다. 2020년 7월 29일 녹음파일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라며 “공무원들도 접대해야지, 주말에는 골프도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