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운 5년은 생존 위한 시간… 엄마가 꿈 가져야 아이도 외롭지 않아”

입력 2022-05-10 04:07 수정 2022-05-10 04:07
보육원 생활지도원인 김시영씨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CJ나눔재단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씨는 다섯 살 아들을 홀로 키우는 미혼 한부모로, 직장생활 외에 다른 미혼 한부모를 위한 멘토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김시영(24)씨는 홀로 다섯 살 아들을 키우는 미혼모다. 그가 아이를 키워온 지난 5년은 살아남기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생계를 책임지는 건 녹록지 않았다. 김씨는 한부모가족의 날을 하루 앞둔 9일 “예전엔 아기와 눈도 잘 안 맞췄어요. 끝도 모르게 우울해져서 전부 손을 놓게 되더라고요”라며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고교 3학년이던 2016년 12월 도윤(5)군을 임신했다. 양육을 거부한 아이 아빠와는 헤어졌다. 출산을 반대한 부모와 갈등이 커지면서 집에서도 나왔다. 보름 정도 찜질방을 전전하던 김씨는 이후 모자원 등 미혼모보호시설에서 생활했다. 생계를 위해 시설에서 직업훈련비를 지원하는 간호조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김씨는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자격증이 있으면 아이를 키우며 ‘입에 풀칠은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무작정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자격증 준비는 쉽지 않았다. 이른 아침부터 수업을 듣고 실습까지 마치면 밤 12시가 가까웠다. 늘 잠이 부족해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지만 하루도 맘 편히 잘 수 없었다. 갓난아이는 밤새 울기를 반복했고, 김씨는 잠이 들 만하면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일어나야 했다.

모성애만으로 견디기 힘든 나날이 되풀이됐다. 하루는 어김없이 우는 아기를 끌어안고 벽에 기대앉아 달래다 ‘내가 얘 때문에 이 고생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김씨는 2018년 3월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한 뒤에도 우울감이 사라지지 않자 4개월간 심리상담센터를 다니며 상담치료도 받았다. 치료를 받는 중에도 아이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았고, 처지를 비관하며 무기력하게 지내는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소셜미디어를 통해 CJ나눔재단이 운영하는 ‘드림어게인’ 사업을 접했다. 미혼한부모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는 문구에 눈길이 멈췄다. 김씨는 중학생 시절 뮤지컬 ‘빨간머리 앤’을 본 뒤부터 늘 무대를 동경해 왔는데, 동아리에 참여하면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이끌렸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김씨는 큰 자극을 받았다. 그는 “플로리스트가 되려고 학원에 다니는 언니, 대학 입시를 통과해 간호학과에 입학한 언니 등을 보며 ‘도전하는 엄마들이 있구나.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날 이후 김씨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메모했다. 그러다 자신처럼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미혼모들을 돕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김씨는 재단의 도움을 받아 2019년 인천의 한 전문대 사회복지과에 입학해 이듬해 졸업했다. 2급 사회복지사 자격을 얻었고, 지난해 10월부터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지도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미혼한부모를 위한 ‘멘토’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꿈을 꾸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엄마가 꿈을 잃지 않아야 아이도 외롭지 않으니까요.”

안명진 기자 amj@kmib.co.kr